카이스트 인공지능(AI) 대학원의 서울 이전과 관련, 파문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카이스트 AI 대학원의 대전 이탈에 대한 적정성 논란에 이어 감독기관인 과기부도 언론보도를 통해 서울 이전 소식을 알았을 정도로 은밀히 추진해야 했던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카이스트와 서울시 간 이전 협약의 위법성 여부와 함께 과기부 협의 및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내부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카이스트는 이쯤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전말을 밝히고 이전을 재고했으면 한다.

일단 과기부가 카이스트 측의 이전 움직임을 사전 인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과기부는 AI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지난 2년에 걸쳐 서울 4곳, 지방 4곳의 AI 대학원을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안배도 고려됐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카이스트 AI 대학원은 우리나라 AI 생태계 구축의 핵심이자, 당연히 대전 지역의 AI 발전과도 연계돼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AI 대학원의 운영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과기부는 카이스트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하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카이스트와 서울시의 이전 협약의 내용도 문제다. 카이스트는 2023년 인공지능대학원을 서울로 이전한 이후 단과대학 수준의 인공지능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에 신규 대학을 설립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내에 대학 신설을 하지 못하도록 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정면 배치된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한 이 법은 대학 총량제를 규정한 특별법이다. 이런 식이라면 서울로 편법 이전하는 대학이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AI 학계의 대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서울 이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AI 대학원만 서울로 옮기는 것은 융합이 핵심인 AI 연구 역량을 저하시킬 뿐더러 카이스트를 키워준 대전시민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균형발전에 반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그의 지적이 아니라도 구성원과 대전시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위법 소지가 충분한 서울 이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카이스트가 왜 대전에 위치해 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숙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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