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대변인에 측근 인사 배치…남은 1년 반 대외활동·소통 강화키로

회전문 인사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회전문 인사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허태정 대전시장이 내년 1월 1일자 인사에서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전격 교체한 것을 두고 1년 5개월여 코앞으로 다가온 차기 지방선거 준비에 본격 돌입한 상징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두 자리 모두 4급(지방서기관) 상당의 중간간부(과장)에 불과하지만 시장의 직접 지휘 아래 청안팎에서 정치적 가교 역할을 하며 상당한 실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측근들을 여러 주요 보직에 돌려가면서 앉히는 전형적인 `회전문`· `돌려막기` 인사 논란은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고 해도 `직원들 사기를 꺾는 받아들이기 힘든 인사`라는 불만에다 인재 풀 부족의 소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청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박민범(52) 비서실장의 대변인 배치다. 박 실장은 재선 유성구청장을 지낸 허 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유성구에서 기획홍보실장으로 일하던 박 실장은 허 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대전시에 입성하고 그 해 말 단행된 인사로 비서실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민선 7기 전반기 2년 내내 비서실장으로 허 시장 곁을 지켰다. 비서실장 임기가 길어야 1년 가량이던 전례에 비춰 장수한 셈이다. 박 실장은 인사철마다 대상자 중 하나로 언급됐으나 허 시장은 `유임`으로 무한신뢰를 보냈다.

유성구청장 재임 시절부터 허 시장과 인연을 맺어온 박 실장이 `시장의 입`이라는 대변인으로 대외창구에 전진 배치되면서 대변인의 역할과 비중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는 허 시장의 의중을 반영해 대(對)언론 업무를 재편·강화하고 시정 현안 등에 대한 대시민 메시지 역시 정치적으로 정교하게 가다듬는 임무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대전시 한 공무원은 "민선 7기 임기 후반기에 시장 측근 중의 측근이 대변인을 맡았다는 점을 보면 시민과 소통보다 시장을 위한, 시장에 의한 일방적인 성과 메시지 발신에 치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박 실장이 대변인으로 잠깐 일하다 내년 상반기 인사에서 승진하지 않겠느냐고 벌써부터 허탈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지방서기관 일반임기제 공모로 채용된 안필용(48) 중앙협력본부장은 5개월 만에 허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민범 차기 대변인의 후임으로 깜짝 발탁됐다. 안 본부장 임명 당시 대전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계 등 폭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중앙과 지방의 가교로 외연확장의 적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1개월 간 공모 절차를 거치고, 임기 2년(최장 5년)의 ⅓도 채우지 않은 안 본부장을 대전시 본청으로 불러들여 비서실장으로 중용한데 대해 허 시장의 인사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안 본부장은 대전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박영선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성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도전장을 냈다가 컷오프(공천배제)된 그는 출마선언 당시 스스로 `중기부 장관인 박영선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12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 있는 신인 준비된 신인`이라고 내세웠었다.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해 "대전시민이 섭섭해 하는 건 이해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대전지역 여론을 무시한 채 세종 이전을 밀어붙인 박 장관 측 인사를 대전시가 수용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중앙협력본부장으로 근무기간 5개월은 성과를 평가하기 힘들뿐더러 중기부 세종행 추진으로 지역 홀대 논란에 휩싸인 박영선 장관 측 인사를 대전시 핵심요직인 비서실장으로 앉힌다는데 이해도, 공감도 하기 어렵다"고 촌평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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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범(왼쪽부터), 안필용
박민범(왼쪽부터), 안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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