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흔히 중풍이라고 알려진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며 병원에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뇌졸중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원에 일찍 도착하면 치료 뿐 아니라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시간은 뇌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15분이란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커피 한잔 마시거나 음악 몇 곡을 들을 수 있는 아주 여유로운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는 15분을 아끼면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되고 이때 1분이 지나면 약 2백만개의 뇌세포(뉴런)가 손상된다. 15분만 병원에 빨리 오더라도 4%의 생존율, 4%의 독립적 생활을 할 확률, 4%의 뇌출혈의 방지 효과가 있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는 자녀를 기다리거나 조금 지켜보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빨리 119를 이용하여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경색은 4.5시간 안에 병원에 내원하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는 혈전 용해술이 가능하고, 24시간 안에 병원에 내원하면 기계적 혈전 제거술이 가능하다.

날씨와 뇌졸중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 수축, 혈압 상승, 혈액 점성 증가 탓에 혈전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겨울철에는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 요인인 혈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 또 다른 복병은 미세먼지로 인한 심각한 공기오염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뇌졸중 환자에게도 해당되는 사실이다. 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고 다양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혈액의 혈전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증명되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뇌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미세먼지가 많은 시간에는 외부 활동 자제하고 반드시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일상생활에서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뇌졸중가능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최저기온, 일교차, 현지기압, 상대습도 등 기상조건에 따라 뇌졸중 발생 가능 정도를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등 4단계로 구분해 날씨에 따라 이를 참고하여 뇌졸중에 대한 위험도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뇌졸중 환자들은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과 불안 탓에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코로나19 환자 때문에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태는 아니지만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미국이나 이탈리아의 경우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인해 빠른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하는 뇌졸중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치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의 관리 자체만으로도 당장 가져올 경제적 파장이 크지만 감염증의 폭발적 증가는 응급치료가 필수적인 질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철저한 개인 방역에 참여하여 이러한 위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철이라는 조건과 코로나19는 뇌졸중 환자와 치료에 있어 큰 도전 과제와 같다. 그만큼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환자가 병원에 오는 과정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만연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뿐 아니라 뇌졸중의 위험 또한 피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덕분에`라는 단어는 어느 한 명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모든 시민의 참여와 의료진의 노력을 함께 모아 `공동체 덕분에`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로 생각된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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