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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파국을 보는 한 시선

2020-12-15 기사
편집 2020-12-15 07: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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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SF소설 어슐러 르 권의 '빼앗긴 자들'에는 우리가 현재 '지구'라고 부르는 행성인 '테라'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세계, 나의 지구는 폐허입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망가뜨린 행성이죠.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번식하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싸워댔고 죽였어요. 우리 자신을 파괴한 겁니다… 우리 행성은 불협화음입니다… 우리 테라인들은 사막을 만들었어요." 테라(지구)의 역사는 끝을 모르는 탐욕으로 균형을 잃어 사막으로 남아 있다고 보고한다. 파국으로 치닫는 현대 세계의 미래가 탐욕으로 인한 것임을 '빼앗긴 자들'은 말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과도한 훼손과 생태계 파괴는 기후변동과 자원고갈, 인류 전체의 위협이라는 파멸에 대한 경고를 보내온다. 2019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 오크 화산 정상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아 사라진 빙하를 추모하는 장례식이 열렸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추모비를 제작했다. 위대하고 영속적인 것의 상징이던 빙하의 죽음은 지구 온도 상승과 해수 산성화에 영향을 미쳐 생물 다양성, 먹이사슬, 수산자원 등 여러 분야에 악영향을 준다. 마그나손은 우리에게는 지구적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세상은 긴밀한 상호 의존으로 엮여 있기에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지하고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의 건강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구의 한계에 바싹 다가서고 있으며 파국으로 향하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에게 곧 다가올 미래인 전면적 파국에 대한 절박한 메시지를 마그나손은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거대한 유기체이자 실험실이라는 생각은 생태와 환경에 대한 최근 몇 년간의 전시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일민미술관에서 진행한 '디어 아마존2019' 전시는 지구의 산소 아마존을 보유하고 바이오 연료개발의 선두주자인 브라질이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 파괴돼 가는 현장을 지구 생태 위기라는 '인류세'의 문제로 풀어갔다. 11명의 브라질 동시대 예술가들은 한국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문학인, 애니메이션 감독, 환경운동가, 가드닝 스튜디오 등과 함께 팟캐스트, 워크숍 등 날씨와 환경변화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전개했다. '디어 아마존 2019'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브라질 북동쪽 연안 마을 어부들의 의식을 다룬 영상 '물고기(2016)'다. 어부들이 갓 잡은 물고기를 그들의 가슴팍에 안고 쓰다듬는 장면에서 물고기의 죽음과 함께 하는 애정 어린 행동은 폭력에 물든 우리 자신에게 주는 교훈으로 여겨졌다.

아트선재센터의 '색맹의 섬(2019)'은 자연을 공존의 대상으로 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작가 임동식과 우평남, 독일 작가 비요른 브라운 등 국내외 작가 8팀이 참여한 이 전시는 어떻게 인간과 동물이 동행하는지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비요른 브라운은 새가 사람보다 새집모양을 잘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이후 작가는 새들에게 재료를 주고, 새들은 그걸로 집을 만드는 '협업'을 한다. 농촌에 살면서 생태적인 예술을 기반으로 자연예술가가 돼가는 임동식&우평남 작가의 작품 등은 단일화돼 가는 문명에 대한 비판과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코로나로 인한 기후변동 위기는 인류라는 종의 몰락이라는 파국에 대한 경고다. 지구행성을 불협화음과 사막으로 만들어 놓은 테라의 역사는 더 이상 미래에서 오는 메시지가 아니다. 파국은 현실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지구와 함께 형성해가야 할 공동세계 재건에 대한 열망이 문학과 미술의 묵시론적 단편과 상상으로 예시되고 있다. 인류생태계의 위기와 함께 자연, 공간, 인공물, 기술 등 비인간적 사물들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윤리 그리고 공생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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