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기업 이삿짐 싼지 오래…연구단지도 탈 대전 러시
기업 유치 실적은 저조…일자리 줄고 도시경쟁력 약화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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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내세운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전`이란 슬로건은 알짜 기업의 탈(脫)대전 가속화로 무색해졌다. 다수 기업이 저렴한 땅값과 각종 혜택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자리 창출=지역 경제 활성화 공식`이 깨졌다.

9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대전산단을 대표했던 삼영기계와 동양강철 등이 떠난 지 오래다. 다목적 도로관리차 생산업체인 이텍산업과 광학기기 제조업체 에스피오, 세탁세제 전문업체 화인TNC가 세종에 둥지를 트는가 싶더니 화장지로 널리 알려진 중견기업 미래생활이 같은 길로 갔다. 향토기업의 대표격인 골프존은 서울로, 타이어뱅크도 대전에서 짐을 싼 지 오래다.

대전의 산업단지 용지부족과 비싼 땅값 부담을 피하면서 미래 부동산 가치와 신도시의 발전 가능성 세종 등 타 지역을 선했다는 게 지역 기업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세종시가 출범 직후 기업들에게 제안한 파격적인 입주 인센티브 영향이 가장 크다"며 "향후 5-10년 후를 바라봐야 할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수급과 물류비용을 절감하는데 세종과 대전의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는데 굳이 좁은 부지에 비싼 지가를 부담하면서까지 대전에 남을 명분이 없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 출자한 연구소 기업이나 일반 기업들의 탈 대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2년 새(2019-2020년) 대덕특구 외 이전(대전 내 이전 제외)으로 연구소기업 등록 취소가 된 사례는 모두 1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개 기업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소기업 자격 박탈을 감수하면서도 이전하는 데에는 대덕특구 내 사세 확장의 한계가 지목된다.

대덕특구 한 관계자는 "연구소 기업들이 비록 대덕특구에 본사를 두고 있어도 (활동하기 좋은) 수도권에 사무실을 둔 경우가 많다"며 "연구소기업을 한다고 따로 부지를 주는 것도 아니고 기업 활동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벤처기업 10여 곳이 세종 이전을 위한 논의를 최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 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데 따른 대전 공동화 현상이란 잿빛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기업 관계자는 "IT 같은 경우 판교 등 수도권에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몰려 있고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며 "대덕특구에 공장을 지을 데가 없어 세종에 토지를 분양받아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전시는 떠나가는 기업을 붙들어 매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바쁘다. 시는 지난해 관련 조례를 고쳐 이전기업에 대한 지원 한도액을 기업당 60억 원에서 100억 원을 인상했다. 보유중인 부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대전만의 특별한 색깔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전산업단지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건 타 지자체의 유인책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며 "구체적 지원 혜택을 보더라도 대동소이하거나 일부는 추상적 의미만 가득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기업은 떠나고 신규 업체 유치마저 더디면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고 나아가 도시 경쟁력도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김용언·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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