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책을 읽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독서를 별로 안 하거나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독서 고수들은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독서 그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독서에는 단계가 있다. 그 단계를 밟아보면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된다.

독서의 1단계는 `세상을 읽는 것`이다. 책 속에 머리를 처박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것도 독서요 자연을 읽는 것도 독서다. 연암 박지원이 한 말이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든 행위가 `읽기`다. 세상을 읽으면 새로운 개념이 생기고 지식이 쌓인다.

2단계 독서에 진입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옛 생각을 가다듬거나 사고방식을 바꾸면 한 수준 높은 독서단계에 오를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확인시켜주는 책보다 생각을 크게 바꿔주는 책을 읽어야 깨달음이 크다. 이때부터 독서의 참맛을 느끼기 시작한다.

독서의 3단계는 `말하기`다. 읽은 것을 곰곰이 생각하여 깨달은 게 있다면 이를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조리 있게 말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대중을 상대로 강연을 할 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생각이 세련되고 때로는 말하다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독서의 4단계는 `행`하는 것이다.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으면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실천 없는 독서는 몽상에 그치고 사변에 머물 수 있다. 움베르또 마뚜라나는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라고 했다. 언행이 일치하는 독서,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독서가 아닌가?

독서의 마지막 단계는 `쓰기`다. 세상으로부터 무언가 읽을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면, 남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 줄 평을 써도 좋고 독후감을 써도 좋다. 읽고 깨닫고 경험한 것을 어떤 형태로든 써보라. 이쯤 되면 왜 독서를 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세상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고, 마지막으로 책을 써야 독서가 완성된다. 책의 소비 단계를 넘어 생산 단계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독서를 왜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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