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고 영어로 번역되기도 함)는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희화화한 표현이다. 학교와 직장 등 사회에서 마주치는 `꼰대(위키백과에서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라고 설명하고 있음)`를 비꼬는 말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부모님, 직장 상사, 또는 선배의 말은 한때 유용한 지식과 삶의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원천에서 왜 이처럼 꼰대질의 상징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이런 상황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던 과거의 경험들이 점점 `가치`를 잃어가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영국 경험론의 시조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와 달리 지식이 점점 권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철학을 바탕으로 경영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일본의 야마구치 슈가 저서 `뉴타입의 시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 전반에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경험의 무가치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한편, 신학과 철학에 정통한 인문학자인 김용규가 저서 `생각의 시대`에서 역설했듯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주도하는 정보혁명은 지식의 소재와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즉, 지식의 디지털화 및 네트워크화를 통해 지식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접속의 대상으로, 교육과 전수해야 할 것이 아니라 검색하고 전송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특히,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을 필두로 2021년 세계 38억 명 이상이 사용하리라 예상되는 스마트폰은 두 눈앞에 혹은 두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또 하나의 뇌를 우리에게 선물함으로써 지혜롭고 지혜로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의 인류를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인류로 진화(?)시켰다. 언제, 어디에서나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검색하여 습득할 수 있는 `포노 사피엔스`에게 지식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력을 상실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라떼`가 `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인류든 `포노 사피엔스`의 인류든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인 존 로크가 말했던 것처럼 `백지상태`로 태어나 학습을 통해 자기가 사는 시대가 도달한 지식수준에 다가가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 이런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도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박영숙이 저서 `세계미래보고서 2021`에서 기술했듯이, 올해 8월 28일에 일론 머스크와 뉴럴링크사의 직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이용해 뇌에 칩을 집어넣고 학습하지 않아도 세상의 정보와 지식이 전수되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광경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칩을 뇌에 이식해 2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돼지가 냄새를 맡기 위해 킁킁거릴 때마다 코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칩이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감각이 마비된 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엄청난 학습능력을 제공하고, 과거의 경험과 성격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온전히 우리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전히 일방적 주입식 교육과 정답을 찾는 능력으로 개인의 우수성을 판별하는 시험이 만연한 우리의 교육환경을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다가오는 미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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