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한국 온천문화의 전통이 사라질 위기다. 한국 온천의 역사를 상징해온 `온양행궁`이 온양관광호텔을 비롯해 제일관광호텔, 그랜드호텔 매각과 더불어 주상복합아파트 추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양관광호텔은 `신정비`, `영괴대` 등 세종, 세조 때의 온궁유적 등 전통 온천문화의 보고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온양행궁` 복원은 필자가 18대 국회 등원 이후 지역발전의 핵심적인 사업으로 지난 십여 년 동안 꾸준한 노력과 더불어 행궁매입 등 복원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지난 2018년 5월에는 순천향대 아산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세종 온양행궁 포럼 추진위원회`가 발족되는 등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산시를 비롯한 행정적인 관심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으로 가시적인 해법을 찾지 못했었다.

대안은 중장기적인 지방도시의 몰락까지를 감안한 미래형 복합도시개발의 새로운 컨셉과 컨센서스를 도입해야 한다. 오늘날 지방은 아산 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론`이 우려될 정도로 급격한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이 투기화되고 있는데다가 특히 수도권과 세종 등 대도시 집중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해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논의 결과를 보면 제 4차산업으로 상징되는 지식서비스산업 입지가 서울, 경기권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도시의 소멸과 수도권의 비대화가 가속화될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산의 경우 지식서비스산업의 사각지대로 불과 20~30년 후 공동화와 슬럼화가 명약관화함에도 주상복합 공동주택을 건설한다는 것은 온양 구도심의 몰락과 슬럼화를 앞당길 것이 뻔하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한국 온천문화의 보고인 `온양행궁`을 살리는 동시에 온양 구도심을 새로운 관광과 온천문화, 나아가 신개념의 주거기능까지 함께하는 복합 관광문화 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행정과 시민사회, 나아가 업계의 상생과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온양행궁` 복원은 새로운 `온천한류`로 거듭날 수 있는 전통문화 컨텐츠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온양행궁`은 세종, 세조, 정조 등 조선조 온천역사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고, 아산 일원은 맹사성, 장영실, 이지함, 이순신, 최익현 등 정신문화 유산의 발자취가 어려 있다. 해법은 `온양행궁` 복원을 계기로 무형의 자산인 역사와 정신적인 전통문화 컨텐츠를 `온천한류`의 글로벌 복합문화도시로 창조하는 데 있다는 신념이다.

역사문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되살린 글로벌 관광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3000년 역사의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이다. 당나라 진시황의 유적으로 잘 알려진 시안에는 양귀비가 목욕을 했다는 온천 화청지(華淸池)를 모티브로 당나라 시대의 화려했던 문화를 재현한 공연장 탕러궁(唐樂宮)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다룬 대서사극을 공연하고, 시안성벽, 종루, 대안탑, 비림 등 수많은 당나라 유적들을 연계하여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미 온천관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온천문화, 또 뉴질랜드 남섬 데카포 스프링스라든가 유럽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온천,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 등은 역사적 전통과 더불어 세계적인 웰빙 관광의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양승조 충청남도지사와 협의 끝에 긴급 예산을 배정하여 2021년 예산에 온양행궁복원계획 용역사업이 반영되는 등 `온양행궁` 복원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민과 관, 학계와 업계가 지혜를 모으고 아산시, 충남도 등 지방과 중앙정부가 머리를 맞대 미래가치를 창조하는 `온천한류`의 청사진을 향해 상생하고 협력함으로써 한국 온천문화를 세계화하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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