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사회 반대 목소리에 고민… 정부 부처 이전고시 등 차질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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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자체적인 세종 이전 움직임으로 고민에 휩싸이고 있는 분위기다.

3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중기부로부터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받은 후 이달 3일 현재까지 20일 가까이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적지않다.

행안부는 중기부의 확고한 세종 이전 의지와 동시에 대전지역 정·관가의 극렬한 이전 반대를 지켜보며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거 산업자원부 소속 차관급 외청에서 현 정부 출범 후 장관급 독립부처로 승격한 중기부의 세종 이전론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행안부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이전 여부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행안부가 이전계획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이전이 가능한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행안부가 부처 이전계획을 수립하려면 공청회를 미리 열어 국민과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한 뒤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통일·법무·국방·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에 대해서만 이전 제외 대상으로 명확히 분류한 일종의 `네거티브 규제` 성격이 강한 만큼 현 정부 신설 부처인 중기부는 이 틈을 파고 세종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고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지난 2005년 10월 당시 행정자치부의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을 보면 `정부대전청사 또는 이미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기관`은 세종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 대전시가 중기부 이전 공론화에 맞서 최근 발표한 허태정 대전시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2005년 세종시 설치를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에서 대전청사 또는 비수도권에 있는 기관은 제외한다는 이전기관 선정 원칙에 어긋나므로 중기부 세종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 때문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중기부가 부(部)로 체급을 올렸으니 동급의 부처가 있는 세종으로 가서 업무 효율을 올려야 한다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명분에 일면 수긍할 만도 하지만 중소기업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22년 정부대전청사 거주 이력에 비춰 중기부를 내줘야 할 대전 지역사회 반발 여론을 허투루 들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아울러,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정권 실세 장관이라는 박 장관의 차출론이 거론되고, 이듬해인 2022년 대통령 선거 등 대규모 정치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기부 탈(脫)대전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와 올 4월 총선에서 여당에 표를 몰아준 대전·충청권 표심의 `손절` 가능성을 쉽사리 외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달 23일 대전 대덕구를 지역구로 한 박영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과 진영 행안부 장관과 면담에서 진 장관이 "(중기부 세종 이전은) 당장 시급하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 대전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건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3일 "관련법에 따른 법적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인 지금 단계에서 여러 가능성이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며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하고 싶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내부 관계부서에서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며 현재로선 공청회 개최 일정 등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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