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혁신도시 지정 경사에 이어 동시다발로 터진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추진 악재로 이제 걸음마를 뗀 대전 혁신도시가 밑동부터 흔들리는 초유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골자로 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에서 전국 기존 혁신도시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유치전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가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시작된 `혁신도시 시즌1` 정책을 통해 덩치 큰 수도권 내 공공기관 대부분이 이미 전국 혁신도시로 각각 이전을 마쳐 조직 규모와 상징성을 두루 충족하는 공공기관은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이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래 100년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전 혁신도시가 치열한 공공기관 유치전쟁을 앞두고 명분과 동력을 상실한 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빗발치고 있다.

대전은 지난달 8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 통과, 29일 국토교통부 관보 고시로 충남에 이어 12번째 혁신도시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개 기존 혁신도시와 함께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경쟁 라운드의 선수로 막 등록을 마친 셈이다. 앞서 대전시는 혁신도시 개발예정지구로 대전 동구 대전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를 선정하면서 중소기업·교통·지식산업을 기능군으로 하는 역세권지구 중점유치기관에 기업은행을 설정한 바 있다. 혁신도시는 지역 특화산업이나 기존 공공기관과 연계한 상생·발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전시는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중기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전·후방 산업연관성을 기반으로 기업은행을 유치해 `중소기업 혁신도시 대전`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해 중기부 세종 이전 움직임이 대전 혁신도시 지정 낭보에 찬물을 끼얹는 `지역 홀대`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업은행은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지만 국회에서 중기부로의 이관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중기부가 대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은행 유치전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전시 관계자 역시 "기업은행을 대전으로 이전하도록 유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중기부가 대전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대전·충남을 제외하고 15년 전 혁신도시로 지정된 전국 지방정부들은 물밑에서 보이지 않는 공공기관 추가 유치전에 나섰다. 이를 지원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입법 발의로 화력을 모으고 있다. 대구 달서구을을 지역구로 한 윤재옥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8월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중소기업은행법 4조(본점·지점·출장소·대리점 설치) 조항을 `대구`로 변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 발의자로 동참한 나머지 9명의 의원들 모두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다. 이와 함께 혁신도시가 조성된 부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 한국감정원과 한국가스공사, 광주·전남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울산 한국석유공사, 강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관광공사, 충북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북 국민연금공단, 경북 한국도로공사, 경남 한국토지주택공사, 제주 공무원연금공단 등 수도권 공공기관 중에서도 상징성을 띠는 대부분 기관들은 정책적으로 전국에 안분돼 있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기존 혁신도시에 알 만한 공공기관들이 배분돼 대전 같은 신규 혁신도시로서는 그에 버금가는 기업은행 등 나머지 알짜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게 성공적인 혁신도시 조성으로 가는 전제조건이라고 보고 있다"며 "대전에 둥지를 튼 중기부를 앵커기관으로 대전 혁신도시 발전전략을 짜온 만큼 중기부 이전론은 대전 혁신도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