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술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유인술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코로나19가 발현된 후 우리 사회는 첫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응급실에서는 접촉자, 발열, 호흡기증상, 폐렴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을 특별 관리하면서 다른 응급환자들을 병행 진료했고, 응급실은 과거와 달리 음압공간, 격리실, 격리구역 등을 운영하고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들과 다른 환자들의 접촉기회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응급실 근무자들의 감염관리 조치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응급실에서 필요한 치료가 끝났거나 다른 발열 질환으로 확인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도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배제하기 위해 의심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코로나 검사결과가 확인되기 전에는 환자들의 입·퇴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의심증상이 없는 다른 질환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도 병원내 감염예방을 위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하면서 응급실 체류시간은 길어지고, 병상 가동률은 떨어지면서 환자 수용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열을 동반한 응급환자가 수용가능한 병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응급실 입실까지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에게도 많은 불편을 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을이 되면서는 진드기로 인한 쯔쯔가무시, 렙토스피라 병증 등의 열을 동반한 감염성 질환 발생 가능성과 환절기로 인한 감기, 기관지염 등의 상기도 감염 증가, 올겨울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는 예보, 이에 동반된 폐렴과 그에 따른 각종 합병증 환자의 증가 등이 예상되고 있다. 계절상 코로나19를 의심해야 하는 증상을 가진 환자는 증가하고 응급실 공간과 인력은 제한되어 있고, 코로나 검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 환자이동 제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진짜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지 못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 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에 더해 발열을 동반하는 각종 염증질환,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발열이 생긴 환자 등 코로나19와 감별이 필요한 환자들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고, 응급실에서는 이 모든 환자들을 코로나19에 의한 감염과 구분하고 다른 환자들과 격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열, 인후통, 근육통으로 내원한 환자가 검사상 독감으로 확인된 경우 과거에는 독감으로 진단하고 이에 따른 치료와 입·퇴원을 결정했지만, 작금에는 혹시 모를 코로나19 동반 감염을 배제하기 위하여 독감뿐만 아니라 코로나 검사도 병행하여 시행해야 한다. 독감의 경우 간편한 진단키트로 현장에서도 빠른 감별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현재 검사방식으로는 8-24시간이 지나야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다른 감염성 질환의 경우에도 독감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응급실에서는 코로나 의심증상이 없지만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다른 급성기 응급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치료해야 하고 이들 환자에 대해서도 혹시 모를 무증상 코로나 감염을 배제해야 한다.

이는 응급실 의료진에게는 업무와 스트레스 증가,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 증가, 환자의 입·퇴원 지연으로 인한 환자불편, 응급실 병상회전의 지연 및 응급실내 격리 공간 부족으로 인한 병상부족, 그로인한 응급환자 수용능력 저하, 119구급대가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서 발생하는 환자 이송지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응급환자의 적절한 치료기회 박탈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국가의 정책이 코로나19 방역에만 집중하면서 계절의 변화와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해 응급실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 지정 음압병상이나 감염내과에서 운영하는 치료병상 영역은 한정된 병상내에서 이미 코로나19가 진단된 한정된 숫자의 환자들만 관리한다는 점에서 예측가능하고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응급실은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 단순 발열, 다른 감염성 질환에 의한 발열, 여러 질병의 합병증으로 인한 발열, 코로나를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는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진짜 응급환자 등이 혼재돼 있고 이들 중에 언제, 어떤 환자가 코로나19로 판명날까 매우 불안정한 혼돈의 공간이면서 응급환자 생명수호의 최전선이다. 계절적 변화에 따른 코로나 의심 증상을 가진 환자 증가와 그에 따른 대책의 미비로 응급실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병원내 감염 예방 등의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 관리라는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정부의 방역정책은 기존의 정책에 더해 계절에 따른 질병발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의료자원의 역할 재분배, 일반시민에 대한 계몽 등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발열, 호흡기증상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응급실 운영을 단지 의료기관의 책임만으로 미룰 것이 아니다. 한가지 대안으로는 지역별로 다른 응급환자는 받지 않으면서 단순 발열 증상만 가진 환자를 전담하는 응급실을 지정하고, 적절한 재정지원을 통해 응급실 전체를 코호트 구역으로 운영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환자의 입·퇴원 및 적절한 의료기관으로의 재이송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 발열환자들은 지역 및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상급 의료기관을 처음부터는 이용하지 못하게 제한하고,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응급환자 위주로 수용하도록 하는 등 응급의료체계를 재확립해 혼란을 방지하고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재의 rtPCR 검사 외에 신속 검사가 가능한 항체키트를 스크리닝 목적으로 한시적 응급실 사용허가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 의료기관별로도 이런 문제를 예상하여 응급실 및 병원 전체 병상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유인술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