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공천할 수 없으니 이를 개정해서 후보를 내겠다는 뜻이다. 당원 투표로 당헌 개정의 의사를 묻고, 예비후보 등록 한 달 전인 다음달 8일 이전까지 당헌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스케줄도 잡아놨다. 비록 모든 당원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 당원 투표라는 절차를 남겨뒀지만 보선 후보 공천을 공식화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후보 공천에 있어 당헌이 걸림돌이 되니 이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집권여당의 행태라고 하기엔 참으로 낮뜨거운 일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민주당 소속이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치러진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적용하면 후보를 공천할 길이 막막하다. 민주당이 당헌을 그대로 준수해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 보선 1년 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미칠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전국의 표심을 좌우하는 서울과 진보·보수 정치세력의 충돌지점인 부산시장을 야당에게 넘겨주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진작부터 당헌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치도의나 당헌을 감안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이 대세에 밀려 힘을 잃고 말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당헌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좋은 후보를 내서 좋은 정책으로 시민들의 심판을 받은 것이 공당의 역할이자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헌까지 바꿔가면서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겠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보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과 이에 소요되는 수백억원대의 혈세를 고려하면 차라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 될 것이다. 멀리 보고 크게 보면 때론 지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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