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전 혁신도시 지정을 지렛대 삼거나 삼으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혁신도시 카드와 중기부 이전 카드를 놓고 `딜` 비슷한 것을 시도했다는 것인데, 사실이면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이게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어제 대전시 고위 관계자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에 따르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과 접촉한 자리에서 혁신도시 지정과 중기부 이전을 연계한 정책결정에 협력해 달라고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인사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 비서관의 관련 발언은 중기부 장관이 지난 26일 종합 국감 때 밝힌 중기부 이전에 대한 답변 취지와 상당 부분 겹쳐진다. 이제는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결론적으로 중기부와 청와대 비서관 창구와는 중기부 이전 추진을 놓고 일정한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시민들의 이전 반대 여론이 비등한 데도 중기부는 지난 16일 행안부에 세종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세종이전을 공식화하는 등 단계를 착실히 밟고 있다. 갑자기 세종이전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게 아니고 대전 혁신도시 지정 문제가 확정되자 내부적으로 예정해 놓은 세종 이전 스케줄에 맞춰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그러나 중기부가 밝힌 이전 명분과 논리는 대전의 대응 논리와 비교할 때 우위에 서지 못한다. 사무공간 협소나 타부처들과의 협업 등은 불요불급한 것은 물론이고, 아울러 중기부의 세종행은 정책적 합목적성 면에서도 타당성이 빈약한 게 현실적인 진단의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혁신도시를 중기부 이전 명분으로 활용하는 양태는 거북하기 이를 데 없다. 혁신도시는 혁신도시 정책 가치에 기반해 지정의 당위성을 따질 사안이며 대전은 여러 조건을 충족해 균발위 심의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혁신도시를 중기부 이전과 등치시키는 것은 억지 아닌가. 그리고 중기부 논리는 어째서 대전 혁신도시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돼야 하나. 오히려 대전·충남은 십 수년 지각 지정을 받는 처지 아닌가. 균형발전 정책 지연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오면서 그동안 생긴 내상이 가볍지 않은 점은 왜 또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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