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그리스 신화 속 카이로스(Kairos)는 기회와 시간의 신이다. 무성한 앞머리에 비해 뒷머리가 없고, 벌거숭이 차림에 등과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옷을 입지 않고, 잘 잡을 수 있도록 앞머리가 무성하긴 하지만, 한 번 지나가면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는 없고, 빠르고 쉽게 날아가 버린다.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는 경제 관계 장관 및 17개 시도지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시작 전부터 귀추가 주목됐다.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의 3개 카테고리로 정리한 이후 지역의 기대감이 컸던 터라 모두들 대통령의 말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실무 기획을 총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였다. 특히 "대한민국을 지역에서부터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겠다", "`지역균형 뉴딜`에 한국판 뉴딜의 성패를 걸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등 정부의 담론적 정책기조에서부터 `지역균형 뉴딜`의 투자 규모, 재정·제도적 지원, 초광역권 등 실질적 추진 방안까지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내용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총 160조 원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 190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경기 부양책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적 숙명 앞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그랜드 플랜이다. 이 거대한 계획의 큰 축을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산업화 이래 50년 이상 추진되어 온 수도권 일극 중심의 압축적 발전 체제로부터 다극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결의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특히 경제부총리가 앞장서서 지역균형 뉴딜 추진방안을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했다는 것은 실효적 정책 전환의 결정적 방증이다. 총 160조 원의 투자액 중 75조 원을 지역 기반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고, 그 첫 해인 2021년 국비 예산 21.3조 원 중 8.8조 원이 지역에 투자된다. 11개 광역시·도와 125개 기초 자치단체 역시 자체 재원과 민자 유치 뉴딜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자체 주도의 뉴딜 사업 확산을 위해 지방재정투자심사를 간소화하고, 지방채 초과발행, 지방교부세 지원, 지방기업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뒷받침할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지역균형 뉴딜 추진단`을 구성해 실무적 지원에 나선다. 뉴딜 사업의 통합적 성격을 고려해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등 권역별 발전전략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발굴하여 지역균형 뉴딜의 성과 극대화를 도모한다. 지자체 간 단순한 업무협력이 아닌, 시·도의 행정권역을 뛰어넘는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인 협력 사업 추진을 통해 초광역적 경제권, 생활권의 형성과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이밖에도 균형위는 정부와 지자체가 수평적 관계에서 협약을 체결하는 지역발전투자협약 방식을 뉴딜 사업에 채택하도록 해 지역 주도성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를 활용해 낙후된 지역의 지원 수준을 강화하는 등 지역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요량이다. 지역별 발전 전략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지역균형 뉴딜 포럼`도 진행 중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에서도 28일 개최될 예정이다.

지역은 지금 카이로스를 만났다. 날려버려서는 안될 호기를 맞아 지역균형 뉴딜의 성과들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지역균형 뉴딜을 1순위 정책과제로 삼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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