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확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보건소나 병·의원마다 독감 백신을 접종해도 되는지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접종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혼란이 극심하다고 한다.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접종을 기피하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질병관리청은 우선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원인 간 상관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히고, 백신 관리체계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의원급 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인천의 17세 고교생을 시작으로 최근 1주일 동안 예방 접종 후 사망에 이른 사람이 9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사망자는 모두 과거에 접종했던 이력이 있는데다 거주지나 접종 백신도 달라 구조적 문제는 아닐 것이란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이들 중 5명은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어 그 상관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모양이다. 보건당국은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이들 백신이 모두 오랫동안 사용돼 왔고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인 듯하다.

하지만 이들 사망자의 사인이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백신의 안전성이 담보된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상온 노출사고와 백색 입자 발견 등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보니 시중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보건당국으로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인 듯하다. 무엇보다 독감 고위험군인 고령자와 어린이일수록 접종이 필요하고 이미 어르신 독감 예방 접종 개시 3일 만에 약 300여만명이 접종을 끝낸 만큼 접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공포감은 경계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대혼란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신속한 원인 규명이 그에 상응한 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