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민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김홍민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뉴욕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설계사무소를 다니면서 마음속 휴식을 주던 숨어있는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짧은 글로는 각 지역에 위치한 맛있는 커피와 맛집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뉴욕의 풍경을 건축적인 배경 지식을 가지고 둘러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센트럴파크와 마천루로 둘러싸인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며 뉴욕 여행을 왔다면 지저분한 길거리와 악취 나는 지하철의 모습에서 실망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행자로 잠시 머물다 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이지만 나태주 시인의 글처럼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곳들이 숨겨진 곳이 뉴욕이기도 하다. 맨하탄 북쪽인 할렘 지역과 어퍼 웨스트 사이에는 콜럼비아대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의대와 경영대학원이 북부로 확장하면서 흑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빈민가 할렘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대학가의 활기찬 분위기로 점차 변화했다.

100번가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 뉴욕의 녹색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센트럴 파크가 시작된다. 재클린 케네디 저수지(Reservoir) 주변에서 조깅을 즐기는 뉴요커들을 따라 걷다 보면 서쪽의 자연사박물관과 링컨센터, 동쪽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을 볼 수 있으며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탁 트인 양들의 뜰(Sheep Meadow)에 다다르게 된다. 일광욕과 피크닉을 즐기는 많은 인파에 놀라 고개를 들어 주변부의 병풍과 같은 마천루를 바라보면 마치 바늘과 같은 얇은 세장한 초고층 타워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주변 건물의 개발되지 않은 용적률을 사용해 고층의 탁 트인 조망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는 5번가(5th Avenue)를 마주하게 된다. 가고일 장식과 첨탑으로 유명한 크라이슬러 빌딩,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역과 타임스퀘어,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지나 32번가의 한인타운(Korea Way)까지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가 위치한 미드타운(Mid-town) 지역을 지나게 된다.

오래된 폐철로는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로 다시 태어나 관광명소가 되었다. 첼시 마켓을 비롯해 피어 57은 구글의 뉴욕 본사와 옥상 정원으로 개발되고 있다. 허드슨 야드(Hudson yards)는 새로운 초고층 빌딩과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2500개의 계단(Vessel)이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남쪽은 차이나타운과 리틀 이탈리아가 이국적인 모습으로 서로 맞닿아 있다. 각 지역마다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식당이 혼재되어 있는 그야말로 비빔밥의 도시임을 실감하게 된다. 거대한 황소가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로어 맨하탄(Lower Manhattan)의 월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을 상징하는 곳이다.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로 쌍둥이 타워가 무너졌던 자리는 새로운 랜드마크(1WTC)가 자리 잡았고 911 메모리얼 국립공원(National 911 Memorial Park)이 그날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뉴저지로 넘어가는 지하철인 PATH 역은 스페인의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공룡 뼈와 같은 건물이 환승역으로 역할을 다시 시작했고, 허드슨 강변의 브룩필드 플레이스(Brookfield Place)와 연결되어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브로드웨이 120번지에 위치한 에퀴터블 빌딩(Equitable Building)은 뉴욕시의 건축법이 생겨나기 직전인 1915년에 완공된 건물로 뉴욕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면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트리니티 교회(Trinity Church)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잠시 잡아 두고 있다. 할렘에서 시작해서 월가로 내려오면서 맨하탄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해보았다. 건축은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을 담아두는 그릇과 같은 문화적인 인프라다. 주변의 길거리를 헤매 보면서 건축이 내뿜어 내는 문화적인 향기를 느껴 보기를 희망한다. 김홍민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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