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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가을 숲이 주는 위로

2020-10-13 기사
편집 2020-10-13 07: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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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지혜 한밭수목원 연구사


가을이다. 숲은 익숙한 듯 늘 새롭다. 이번 가을도 마찬가지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저마다 열매를 맺는데 이전의 가을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네 삶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숲이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빛깔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봄의 설렘, 여름의 반짝임은 없지만 가을이라서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있다. 참빗살나무, 좀작살나무의 열매는 붉은색, 보라색으로 물들어 가고 계수나무 잎의 달콤한 냄새가 우리를 멈춰 서게 한다. 가을 풍경의 백미인 갈대, 억새, 수크령은 바람에 일렁인다.

국화는 어떠한가. 가을을 알리는 개미취와 벌개미취,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국과 감국 등 종류가 헤아릴 수 없게 많다. 꽃의 생김새가 비슷해서 구별이 쉽지 않다. 안도현 시인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들길을 걸었던 자신이 무식하다며 시를 통해 자기와의 절교를 선언했다.

하지만 식물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차이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자연 속에서 국화과 식물은 서로 다르다고 밀어내지도, 틀렸다고 시시비비를 가리지도 않는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채로 그저 조화를 이루며 함께할 뿐이다. 아마도 이런 마음을 헤아려 '들국화'라는 단어가 생긴 건 아닐까.

코로나와 함께 사계절이 지나고 있다. 정체돼 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의 일상도 자연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가을은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나무가 한 해 동안 잘 살았음을 말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누구에게나 힘겨운 시기였다.

식물이 성장해야 할 시기에 긴 장마, 태풍, 병해충 등으로 생육의 시간을 움츠리고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힘겨운 시기를 이겨낸 식물은 결실을 맺었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역시도 어려운 시기에 식물만큼이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에 서로를 격려하고 어깨를 토닥여줄 시간이다. 여전히 아프고 힘들지만 온 힘을 다해 견디고 버티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잘하고 있다고 위로를 건넨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잠시 멈추고 깊어가는 가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숨 고르기가 필요한 때다.

이지혜 한밭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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