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北 EMP 공격', 국민안전 무방비

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국민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을 알고도 무방비라면 정부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7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북한을 비롯한 고출력전자기파(EMP) 공격에 대응한 국민안전 매뉴얼을 질의했다. 실태는 한마디로 무대응이었다.

EMP 위협은 2017년 9월 3일 북이 제6차핵실험과 함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등을 통해 공식선언했고,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근 북한이 주장한 EMP 공격과 생화학 위협 등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태세 갖추라"고 공식 지시한 사안이다. 그 후 3년 동안 정부부처의 무대응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우선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할 행정안전부의 `2020년도 민방위 업무 지침`은 물론 국민재난안전포털 `비상대비행동요령` 어디에도 EMP 위협에 대한 행동요령은 빠져있다. EMP 위협은 북핵 뿐만 아니라 EMP 폭탄, 소형 장치에 의한 테러 등이 예상되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핵 및 방사능전하 국민행동요령`에조차 EMP에 대한 국민안전 매뉴얼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더구나 EMP 위협은 단순한 핵공격으로 인한 직접적인 살상이나 방사능 위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가공할 위협이라는 점에 심각성을 더한다.

북핵에 가장 민감한 미국은 2019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EMP 공격 대비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국방부와 국무부, 국토안보부, 상무부, 에너지부, 국가정보국(DNI), 연방재난관리청 등이 범부처적으로 EMP 공격에 따른 위험 요소를 분석, 대응책을 마련했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EMP 공격이 물리적 핵타격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점을 경고했으며, 언론은 그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붕괴와 질병 등으로 미국인 90%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18-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북한의 EMP 공격에 대비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20년 동안 미국에 가해질 수 있는 EMP 공격 등을 평가하고 대비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정작 북핵의 1차 위협 당사국이자 北과 준전시 상태인 대한민국의 경우 대통령 지시에도 국민안전 매뉴얼조차 없이 방관하고 있다면 이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문제의 원인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법제도 미비로 돌릴 수 있다. 과기정통부 소관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는 EMP를 비롯한 전자기파 위협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EMP를 비롯한 전자기파 위협에 대비한 비용이 과다할 수 있다는 이유를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신규 EMP 방호 시설보다는 최소의 비용으로 국가주요시설의 취약점 분석이라도 정기적으로 실시하면서 점진적으로 국민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EMP가 전자적 침해행위에 명시되어 있고 이에 대한 취약점 분석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외면하고 있는 문제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핵심국가기반시설 중 가장 중요한 전력망의 경우 취약점 분석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과 검증의 문제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 전력망의 취약점 분석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이미 법제화하고 있듯이 전력망 신뢰성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

EMP 위협의 근본적인 해법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국무조정실의 총괄 아래 국방부,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범부처적으로 협력해야 할 국민안전의 중차대한 도전이라는 인식과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진정한 평화와 국민안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범부처 통합 EMP 방호에 준하는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명수 국회의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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