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1920년대 재즈는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출발한다. 뉴올리언스 중에서도 스토리빌을 재즈의 탄생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동네는 한마디로 홍등가였다. 뉴올리언스는 항구도시였기에 다른 항구도시들처럼 밤의 여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1897년 도시정화 차원에서 당시 부시장이었던 시드니 스토리가 그 자리에 창녀들을 모아 유곽을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는 성사되어 그 거리를 스토리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매춘업소들은 술집을 겸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비지니스를 위해 방문한 손님들의 흥을 돋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기원은 대중적 욕망에 기원한다. 블루스는 흑인영가라 불리우는 Negro Spiritual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인데, 알다시피 흑인영가는 노예해방 전 흑인 노예들의 기독교 음악이었고 가사는 보통 구약의 성경 구절을 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백인들의 압박과 착취에서 허덕이던 그들은 함께 비밀리에 숲에서 모여 간절한 예배를 드렸고 어깨 너머로 듣고 배운 음악은 멋지고 강렬한 Black A Cappella의 전통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 음악은 오늘날 거의 모든 현대 기독교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복음성가(Gospel Songs)라든지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1862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후 오히려 이 음악은 세속화돼 구약을 텍스트로 하던 가사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외설적인 내용으로 변형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블루스이다. 블루스는 어느정도 알콜이나 약물복용과 연관되어 있고 인간의 우울하고 불안정한 영적 상태를 어느정도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음악은 이후 오늘날까지도 거의 모든 종류의 대중음악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블루스에 현대적인 리듬을 가미한 R&B라던지 재즈 등은 블루스를 떼어놓고 절대 논할 수 없는 장르들이다. 20세기 이후 비틀즈를 시작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고 팔리는 음악인 Rock & Roll이라는 말도 성관계를 의미하는 속어임을 감안하면 대중적 욕구가 얼마나 대중음악에 반영돼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대중음악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Jazz라는 말도 1862년경 생겨난 Jasm이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Jasm은 여러가지로 번역될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정력을 의미하는 속어라고 할 수 있다. 재즈의 탄생지를 앞서 언급한 스토리빌과 같은 홍등가라고 한다면 꽤나 이해가 가는 추론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한국에서 몰아치고 있는 트로트 광풍의 주인공인 트로트를 뽕이라는 단어와 연결시키는 것도 대중음악의 어원과 대중적 욕구의 상관관계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트로트의 어원은 Foxtrot인데 이는 1910년대 이후 유행하던 조금 느린 템포의 4/4박자 음악을 말한다. 이는 빅밴드 반주에 맞추어 추는 볼룸댄스이기도 했고 같은 리듬을 가진 노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는 트로트하면 왜색 짙은 음악을 먼저 떠올리지만 원래는 나름 세련된 빅밴드에 맞추어 부르는 Jazz Song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Witchcraft와 같은 곡을 생각하면 될 텐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트로트와 얼마나 다른 모습인지 놀라게 된다. 다음에는 흑인영가에서와 같은 종교와 음악의 교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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