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수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개천절 집회를 강행할 태세여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단체는 당국의 집회 금지 방침에 맞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또 다른 단체는 차량으로 광화문을 행진하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경찰은 서울시 경계, 한강 다리 위, 도심권에 3중의 검문소를 설치해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히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두세 자릿수를 넘나드는 등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집회를 열겠다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앞서 광복절 집회로 인해 6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확진자 치료는 물론 집회 참석자에 대한 역학조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재정이 허비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감염이 전파되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보수단체는 개천절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어제를 기준으로 신고된 개천절 집회는 총 800건을 넘는다. 이로 미뤄 참가 규모를 추정하자면 수만명은 될 듯하다. 경찰은 일단 참가인원 10명을 초과하는 집회에 대해 금지 통보를 했지만 불특정다수가 집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집회 신고 측은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수많은 군중이 집결하면 통제가 어렵고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천절 집회를 추진하는 단체들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를 심판하기 위해 집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권력에 맞설 제도적 장치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인 만큼 집회를 통해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백 번 타당한 논리지만 코로나19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을 받는 이 상황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의 삶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놨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할 때다. 보수단체는 공공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집회를 당장 취소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