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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광장] 커피, 현명하게 즐기기

2020-09-29기사 편집 2020-09-29 0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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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빵과 우유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마침 입원 환자가 없는 터라 회진 돌 일이 없어 여유로운 주말 아침을 맞았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들으며 이것저것 주중에 못한 일들을 하나 둘씩 챙기던 중이었다. 문득 찌뿌듯한 느낌이 들며 왠지 모를 피로감이 몰려왔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뭔가 두드리는 느낌도 들었다.

전날 저녁 좀 늦게 잠자리에 들긴 했다. 하지만 밤새 한 차례도 깨지 않고 푹 잘 잤다. 그러니 수면 부족은 아니다. 어쨌건 안정을 좀 취해야 했다. 거실 소파에 몸을 뉘인 채 잠시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단어가 있었다.

'아, 커피!'

매일 아침 마시던 커피가 빠진 것이다. 서둘러 물을 끓이고 달달한 믹스 커피 한잔을 마셨다. 잠시 후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필자가 겪었던 증상은 다름 아닌 카페인 금단 현상이었던 것이다.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다. 카페인 중독 및 이에 동반된 금단 증상은 이미 1994년부터 정신 질환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다. 물론 중독에 의한 영향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해야 정신질환으로 진단된다.

대표적인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는 두통, 불안, 우울증, 무기력 등이 있으며, 때로는 집중력 저하, 피로감, 오심, 감기 유사 증상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금단 증상은 대개 중단 후 12~24시간 내에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카페인 금단 증상의 경과가 양호하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경험했듯이 카페인이 다시 체내에 들어가면 30분 내에 급격히 증상이 소실된다. 중단 상태를 지속하더라도 2~9일 내에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간혹 두통 등이 중단 후 3주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커피는 이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해 있다. 거리엔 카페들이 넘쳐나고 식사 후 커피 한잔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2018년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인 132잔의 3배에 달한다.

커피는 여러 가지 순기능을 가진다. 다양한 풍미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좋은 기호품이다. 커피의 집중력 향상 및 각성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커피는 신경 세포 보호 효과가 있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며, 혈압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를 줄인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반면 의학적 역기능도 있어 위장장애, 과민성 대장 등의 발생 빈도를 높이고, 과량 섭취 시 체내 칼슘을 줄여 골다공증 위험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물론 카페인 금단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커피를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다른 기호품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카페인이 무조건 피해야 하는 나쁜 물질은 아니므로 커피의 순기능을 살리되 과량 섭취를 피하고 중독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유의한다면 커피를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성인 1일 카페인 최대 섭취량은 400㎎이다. 각각의 제품에 따른 카페인 함량을 살펴보면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평균 200㎎, 캔커피 하나에는 평균 100㎎, 커피믹스는 한 봉 당 평균 60㎎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즐겨 마시는 커피 유형에 따라 하루 권장량을 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 중독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한 달에 2~3회 정도 카페인 함유 음식을 피하는 'Caffeine-free day'를 두되, 2~3일 전부터 카페인 섭취량을 점차 줄여 나가면 금단 현상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

필자가 진료를 보면서 어르신들께 흔히 드리는 말씀이 있다. 좋아하시는 술을 오래오래 즐기시려면 건강을 잘 돌보셔야 하고 그 시작은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제는 어느덧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의 벗이 되어 버린 커피를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즐기려면 약간의 자제와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본다.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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