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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개를 위한 미술관'을 보다

2020-09-22기사 편집 2020-09-22 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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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올해 본 전시 중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일 것이다. 개관과 폐관을 반복하며 진행되고 있는 이 전시는 반려동물인 개에게 최초로 개방된 전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이지만 공공장소에 함께 갈 수 없는 존재인 반려동물에 대한 개방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모토 '모두를 위한 열린 미술관'이라는 의미의 확장성을 실험하는 전시가 됐다. 전시기획자는 "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광장인 미술관에 인간 외 다른 존재인 개를 초청하는 다소 황당한 기획을 제안한다. 일종의 우회나 유머를 통해 거대 서사나 그럴싸한 대안에서 살짝 벗어나는 현대미술의 실천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과연 미술관이 지향하는 '모두'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는 현대사회에서 반려의 의미,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에 대한 정의 등이 재질문될 것 같다.

전시는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개를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바라본 세상을 만들고 건축가와 조경가가 가세해 개의 시선으로 된 공간을 만들었다.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썰매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제안하는 정연두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적록색맹인 개의 시각을 고려해 도구를 제작한 김용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반려 로봇 아이보와 미술관을 산책하는 남화연의 'Curious Child' 등이 전시된다.

인간 중심적인 공간인 미술관에서 언급되지 않던 타자, 비인간을 언급하고, 공공장소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그것도 우회나 유머를 통해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느꼈던 전시였다.

이 전시를 보면서 이응노미술관 2019 국제심포지엄 '미술관, 사람, 미래'에서 엄정순 작가가 발표한 코끼리프로젝트 '미술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길'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모두를 위한 뮤지엄은 대다수 미술관이 지향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히 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시각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들은 미술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이들이다. 엄정순 작가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은 모든 사람이 자기표현을 할 자유와 권리가 있고 그 방법을 찾아서 인간으로서 삶의 질을 회복하자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며 "미술이 아직 다가가지 않았던 곳은 바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세계였다"고 말한다. 코끼리프로젝트는 '장님코끼리만지기'를 모티브로 만든 아트프로젝트이고 동서양 어디에나 회자되고 현재에도 유효한 메타포를 차용하는 이야기다. '코끼리만지기'는 앞이 안 보이는 아이들이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를 만져보고 그 경험을 이미지로 만드는 콜라보 프로젝트다. 병든 코끼리와 교감을 하고 온 아이들이 본 코끼리는 기존 코끼리의 형태를 깨고 나타난다. 시각예술과 시각장애의 세계가 전혀 상관없는 두 세계가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내는 세계라는 것이 주요 주장이었다. 이 심포지엄을 통해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공유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어쩌면 팬데믹이 사람들의 미래와 삶의 현장을 새롭게 포맷하게 만들고 예술가들에는 새로운 작업세계를 열게 할지도 모르겠다. 삶이 막장으로 내몰리는 위급한 순간에 예술은 무엇을 말할 것이고 어떤 가치를 제시할 것인가? '모두를 위한 미술관'은 공공의 영역에서 어떤 삶의 잠재력을 실현할 것인가? 미래를 위해 공유할 가치는 무엇인가? 개를 위한 미술관이 이 모든 상상을 자극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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