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묵 LH대전충남지역본부장
최화묵 LH대전충남지역본부장
오래된 지난날, 대전역을 등지고 오른쪽 골목길로 발을 잘 못 들여 당혹스런 기억을 갖고 있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음울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선 낮은 건물의 여인숙 입구엔 할머니들이 끈쩍하고 부담스러운 눈길로 "쉬었다 가"라며 소매를 끌고, 좁은 골목길에는 만취한 노숙자가 담장에 기대고 앉아 있어, 그 길을 지나가려면 혹 시빗거리에 휩싸일까봐 눈치를 보았던 그 곳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노숙자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들어와 사는 쪽방촌으로 바뀌었다.

허름한 건물 안 1평 남짓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거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였으며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고, 늘 추위와 더위, 화재와 범죄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쪽방과 여인숙은 더 이상 소중한 보금자리라고 하기엔 한계에 이른 모습이다. 이런 쪽방촌에 드디어 따스한 희망의 햇살이 비추었다.

지난 4월 22일, LH가 국토부와 함께 대전역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방안`을 발표하고 이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대전시와 동구청, 대전도시공사와 MOU를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이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서울 영등포 쪽방촌 사업과 다르게,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은 쪽방촌을 정비하는 공공주택사업과 주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같이 추진된다.

지금의 쪽방촌은 영구임대와 행복주택 아파트 1400여 가구가 들어서고, 그 주위엔 대전로를 중심으로 경제생태계 복원을 위한 `창업지원센터`가, 기존 거주민들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복원 안심센터`가 설치된다. 또한 좁고 음울했던 골목길은 특화거리와 안심길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주변에 들어설 철도업무시설과 철도인재개발원·R&D센터 등으로 대전시가 철도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고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거주민들을 위해 기존의 정비사업들과 다르게 `先이주 善순환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거주민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둥지 내몰림 현상을 막고 거주이전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쪽방촌 인근 도시재생 사업지역내 숙박시설을 임차하여 임시이주 공간을 조성하고 추후 영구임대 주택에 저렴하게 재입주할 수 있는 이주대책을 수립 중에 있다.

또한 입주뿐만 아니라 기존 자활지원 단체의 활동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무료급식, 진료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한 `벧엘의 집`과의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내용 등을 담아 올해 하반기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고 내년부터 보상에 착수해 25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뉴딜사업은 올해 9월 도시재생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이 선정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할 수 있다.

본 사업이 완료되면 쪽방촌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더욱 저렴한 월세로 거주하며 밝고 에너지 넘치는 도심 역세권으로 탈바꿈 한 곳을 배경으로 다시 사회로 나아갈 희망을 가질 것이다. 상인들은 다양한 상권을 가진 정돈된 역세권 주변 환경에서 젊은 세대들과 어울려 옛날의 영광을 다시 누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LH는 대전역세권 개발의 거점이자 선도사업으로써 쪽방촌 공공주택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주변으로 혁신도시 건설, 복합2구역 민자사업, 소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대규모 사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대전 구도심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최화묵 LH대전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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