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 의견을 조금씩 좁혀가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엊그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대통령 특별감찰관 임명을 정부·여당에 요청한데 이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어있던 것을 다 채우면 공수처 논의에 즉시 응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즉각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과 북한인권재단, 대통령 특별감찰관 추천을 동시에 추진해 일괄 타결할 것을 주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 서로의 제안에 간극은 있지만 공수처 연내 출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물론 주 원내대표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가 마무리돼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엔 여야가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감찰관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논의를 백지로 돌릴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래도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고,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견지하느냐가 될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이 먼저냐,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이 먼저냐의 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동시에 추진해 일괄 타결하면 해결되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야당 의도대로 특별감찰관만 임명 절차가 끝난 뒤 공수처장 추천은 질질 끄는 일을 일어날 수도 있음을 염려하는 것으로 읽힌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기싸움이 아닌가 한다.

공수처 설치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공수처도 법적으로는 7월 15일 출범했어야 마땅하다. 야당의 반대가 심하다고 하지만 아직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은 존재하되 집행을 하지 못하는 위법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공수처 설치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대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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