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마권장외발매소 빌딩 [사진=대전일보DB]
대전마권장외발매소 빌딩 [사진=대전일보DB]
앞으로 7개월 후면 문을 닫는 대전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빌딩 처분을 놓고 건물주인 한국마사회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폐쇄 절차를 성실히 이행중`이라는 입장 외에 건물 처분 방식이나 시기와 관련해선 함구하다시피 해온 마사회에서 `기부채납`이 언급되고, 마사회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처분결정을 연말로 미루며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올 초 "5월까지 매각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마사회는 이미 건물 공개입찰매각으로 기운 것 같다며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 듯 무대책으로 일관한 대전시에는 설득과 대안 제시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주어졌다. 마사회는 지난 7월에 이어 이달까지 두 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대전화상경마장 건물 처분 안건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사전보고는 마사회 실무진이 건물 매각 등 여러 방안을 이사회 임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다. 마사회는 올 1월 하순 "매각 방법을 5월까지 검토할 예정"이라는 김 회장의 언급이 나온 이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다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6월 이사회를 한 달 연기했고 7월 22일 이사회는 예정에 없던 사전보고로 채워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당시 "이번 이사회에서는 내부 현업부서가 대전지사(화상경마장) 자산 처분 방식에 대해 브리핑 식으로 이사들에게 사전보고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다"며 "자산처리 방법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8월 이사회에서 대전지사 처분방안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열린 8월 이사회에서도 대전화상경마장 처리 관련 사전보고만 이뤄졌고 9월 또는 10월 이사회에서 한 차례 더해 총 3회의 사전보고 절차를 거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정대로라면 마사회의 대전화상경마장 건물 처분방식 최종의결은 11월이나 12월 이사회로 순연될 공산이 커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8월 이사회에서 한 번 더 사전보고를 받았고 추가로 사전보고가 계획돼 있다"며 "추가 보고는 9월이나 10월 이사회에서 할 수도 있다.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전지사 건물 처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중요자산 처리를 다루는 것인 만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상세한 처분 방식은 대외비지만 건물 기부채납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대전화상경마장은 연면적 2만 4870㎡에 지하 6층, 지상 12층짜리 건물로 2018년 기준 한해 150영업일 동안 32만 5015명이 방문, 2548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렸다. 1999년 7월 개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여 년 동안 수 조 원대 마권 수익을 거둬온 셈이다. 대전시가 마사회의 지역환원과 사회공헌을 내세워 무상으로 건물을 넘겨받는 기부채납을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폐쇄 이후 도시재생 등 활용 방안과 관련,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건물 공매 외 기부채납이 처분방안 중 하나라는 것조차 대외채널을 통해 언급한 적 없다.

이를 두고 마사회가 최근 마필관리사 사망 등 악재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경영혁신과 인식개선 작업에 한창이라는 점을 들어 대전화상경마장 처분에서도 전향적인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니겠느냐는 희망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평동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지역주민들은 그간 교육·주거 환경 피해, 교통 체증, 상권 침체와 집값 하락의 주범으로 화상경마장을 지목하고 전면폐쇄를 주장해 왔다. 대전화상경마장 폐쇄는 2017년 5월 대통령 공약으로 선정되면서 2021년 1분기 폐쇄 결정에 이르렀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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