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개발 온천 21곳 조기 개발 예정
수생태계 훼손·한강수계 오염 우려 제기
미개발 온천 조기 개발 선정 신중해야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세계 시장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여행·숙박 업종이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분야로 꼽힌다. 반면 마스크 제조업체와 진단 시약개발 제조업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골프장들도 때아닌 호황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외국 원정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국내 온천 산업 부흥에 나서 눈길을 끈다.

행안부는 최근 온천 관광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온천 활성화 계획은 온천 신고 수리 후 장기간(20년) 방치되면서 주민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환경을 훼손하고 있는 장기 미개발 온천에 대해서 신고 수리를 취소하고, 온천지구에서 해제한다는 게 골자다. 반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온천은 조기 개발을 촉구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전국 미개발온천 71곳 중 50개소에 대해 신고수리 취소, 지구지정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또 온천 개발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21개소는 조기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기 개발을 추진할 온천은 기존 목욕용도 중심에서 탈피해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온천수 화장품 출시, 온천 치료 프로그램 운영 등 온천의 산업적 활용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한다는 게 행안부의 복안이다.

이 같은 행안부의 계획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온천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어 이들 해외 온천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쇠퇴한 국내 온천 관광 산업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행안부가 온천지구 해제와 조기 개발을 촉구할 온천 선정을 앞두고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됐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 개발 촉구 온천에 `문장대 온천개발 사업`이 포함됐다는 사실에서 이 사업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선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문장대 온천개발 사업 예정지인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는 충북 괴산군 달천의 최상류이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속리산 국립공원이다. 이곳이 온천으로 개발되면 온천 온수와 폐수 등이 하류 지역인 괴산군의 달천으로 유입돼 수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강수계까지 오염이 우려된다. 달천의 하류에 위치한 충북이 지난 1985년 이 일대가 온천원보호지구로 지정된 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환경 훼손과 인근 주민 피해가 불가피한 사업을 조기 개발 촉구 온천으로 선정한 것은 한마디로 정의롭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온천 개발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충북도민들은 행안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나 `환경이익이 개발이익보다 우선한다`며 종결시킨 사업을 행안부가 나서서 추진하려는 의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책임조차 망각한 처사라며 개발 촉구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행안부가 문장대 온천을 조기 개발 촉구 온천으로 선정한 것은 문장대 온천 개발을 반대하는 충북도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 모양새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내 온천을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다 하더라고 해외 온천을 방문할 관광객이 국내 온천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는 해외 원정 골퍼들이 코로나19가 종결되면 더 이상 국내 골프장을 찾지 않을 것처럼 자명한 일이다. 자칫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온천 개발 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안부가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상지 선정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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