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부재, 충청대망론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장관 등 국가 주요 요직 인사 때 내세울 만한 인재도 부재

충청은 전국에서 유독 정치적 리더의 부재가 아쉬움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수년전부터는 대권주자 명단에서 충청권 정치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충청대망론은 모두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현실이 된 것이다. 충청대망론에 한 걸음 다가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망론에서 멀어졌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뇌물수수 사건 휘말리며 치명타를 입었다. 물론 이 전 총리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무죄판단을 받았지만, 이후 정치적 위상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자치단체별 지역 현안을 위한 국비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게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충청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진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충청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박 의장은 헌정사상 충청권에서 두번째로 탄생한 국회의장이다. 앞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나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과 같은 거물급 정치인이 있었으나, 이들은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 충청 원로정치인으로서의 역할에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가 적지않아 박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당을 떠나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거나 정치적 구심점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 보니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인사나 정책에 있어 충청홀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개 정부부처 장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실히 증명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만 대전출신일 뿐 나머지 부처 장관 중 충청 출신은 전무하다. 청와대 참모진도 마찬가지다. 충북출신인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제외하면 주요 수석 또는 비서관 중 충청출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4개 권력기관장(국정원장, 검찰청장, 경찰청장, 국세청장)도 마찬가지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과정에서 발탁될 만한 인력 풀도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에 인사와 예산, 국책사업, 혁신도시 문제 등에서 충청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이 대놓고 충청지역을 홀대해도 지역 정치권은 변화가 없다는 데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그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정당만 달라졌을 뿐이다. 정치적 구심점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 보니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충청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충청 정치인들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행정수도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종을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충청인 모두의 염원이다. 특히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각 정치인들의 개개인의 의견역시 하루빨리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당으로 따지면 이견이 발생한다. 최근 여당발(發) 행정수도 완성 주장에 대해 야당 측은 수도권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며 긍정론에 힘을 보태지 않고 있다. 방향성과 민심이 뚜렷함에도 정파에 따라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여당의 속도전과 여론전 역시 장기적으론 행정수도 완성에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당 지도부에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반면 타 시·도는 지역 원로들을 기점으로 똘똘 뭉쳐 지역 발전을 위한 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14대부터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형호 전 국회의장과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원로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지역에서 거주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안 해결부터 지역발전에 필요한 예산확보까지 깊숙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나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도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역 현안이 발생할 경우 직접 역할을 맡아 활동할 정도로 지역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반면 충청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정치인 중 지역에 정착해 사랑방 어르신 역할을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 권선택 전 대전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예전엔 영호남 대세였다면 이제는 충청권 정치권의 입김이 한층 강해졌다"며 "충청권 여야가 힘을 합쳐 내각과 주요부처의 관리급 인사에 충청 인재가 포함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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