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이 끝나면 구월이 온다. 팔월의 세계와 구월의 세계는 다르다. 팔월과 구월사이에는 실로 커다란 단층이 엄연하다. 올 여름은 긴 장마에 비교적 서늘한 날들이 많아 에어컨을 틀 기회가 적었다.

문제는 장마가 끝나고난 후였다. 폭염 재난문자가 날아오던 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선풍기를 틀어놓아도 더운 바람이 얼굴을 훑었다.

기상학계에서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54일간의 역대 최장 장마는 순식간에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피해 복구도 되기 전 폭염과 태풍이 겹쳤다. 설상가상이다.

곤파스, 매미, 볼라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남긴 여러 태풍들. 태풍을 `1호` `2호` 숫자로 구분해도 되지만 굳이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있다. 태풍이 동시에 두 개 이상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발생되면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각각 이름을 붙여 쉽게 구분하기 위함이다. 태풍 이름은 1953년 호주 기상예보관들이 태풍에 이름이나 별명을 붙여 예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에는 예보관이 싫어하는 정치인 이름을 사용하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공식명칭으로 사용했다. 그 당시에는 태풍이 얌전히 지나가길 바라는 염원에서 예보관들이 아내, 애인 이름을 붙여 사용했다. 훗날 성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여성, 남성 이름을 함께 사용했다. 2000년부터는 각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시한 고유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은 피해 재발 방지 차원으로 이름 목록에서 제명되고 새 이름으로 대체된다. 이번 북상하는 태풍 `바비(BAVI)`는 베트남 북부지방 산맥 이름에서 따왔다.

수해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폭풍전야다. 혹독한 팔월이 끝나면 사태는 반전한다. 구월의 햇살은 온건하고 하늘은 파랗다. 코로나 블루를 덮고도 남을 청명한 푸르름이 있을 것이다. 부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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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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