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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코로나19 이후의 미술

2020-08-25기사 편집 2020-08-25 07: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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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자가격리는 코로나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적 언어가 됐다.

코로나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격리와 고립이라는 점에서 바이러스는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인간 내부로 들어온 이 바이러스는 자기격리를 통해 방지와 통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존하며 살아가기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줬다. 우리는 격리라는 강요된 여가의 1인칭 경험을 통해 일상을 재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미술관에서는 '온라인 뷰잉룸', '버추얼 투어'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작가들이 '줌'과 '스카이프'를 이용해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이응노미술관도 구글아트앤컬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이응노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거리두기 상황속에 참을성과 인내심을 최대치로 발휘하며 힘든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교육영상 '마음 토닥토닥'을 제작했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과 이야기를 접한 어린이들의 생각을 담은 영상은 타인과 공감하는 아이들만의 특별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의 소통과 연대라는 이응노의 철학이 코로나시대에 어떻게 공감될 수 있을지 어린이들의 생각을 통해 우리 미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 처해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코로나가 재발견하게 해준 것이다.

일부 대안공간과 미술관에서는 '재난'에 관련한 전시를 열고 있다.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제未濟'와 대구미술관의 '새로운 연대' 시리즈가 그것이다. '미제'는 전시장을 가변적인 비계 구조물로 설치하고 코로나처럼 위험과 문제를 동반한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공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새로운 연대'는 코로나를 통해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고 아픔에 연대하는 작가들의 생각을 소소하게 담아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그날그날 일상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려놓는 작업을 통해서도 예술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꽃을 보는 게 너무나 반갑고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는 말을 통해 단절된 일상에서 발견한 기쁨을 표현한다.

국경봉쇄와 전시취소는 공공뿐만 아니라 화랑 등 상업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쳐 온라인을 강화한 판매가 주를 이루게 됐다. 세계 최대 전시인 '홍콩아트바젤'은 전시를 취소하고 온라인 뷰잉룸으로 작품을 전시했다. 오픈과 함께 접속자가 몰려들었으며 전시기간 25만 명 이상의 온라인 방문이 이어졌다. 작품 가격이 붙어있는 모니터를 통해 밀레니엄 세대의 아트 컬렉터들이 많은 작품을 사들였다. 미술작품을 제품처럼 사고 판다는 말이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투명한 거래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었다.

코로나 쇼크로 미술계의 언택트(비대면)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거나 작가 개인의 인스타그램, 유투브, 가상미술관을 연결한 실시간 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미술 소비계층과 관람객, 상업과 공공의 영역이 경쟁적으로 온라인을 강화하고 대중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이러한 시도를 미래의 예술가와 작품에 집중하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담론은 공공과 시장이 새로운 윤리와 생존을 요구하는 현장에 어떠한 답변을 내 놓는가일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거리두기가 윤리적 미덕이 됐다. 통제불능의 바이러스가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동시대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삶과 일상은 변할 것인가? 비대면에서 예술형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코로나에 대응했던 작은 변화가 언젠가 사회시스템을 흔들 것이다. 새로운 젊은 예술의 등장, 새로운 형식과 세대교체가 등장하기 위해 작가 스스로 첨예한 격리와 반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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