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국방부는 내년부터 2030년대 초반 전력화를 목표로 한국형 경항공모함(경항모) 획득을 본격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국 해군은 현대중공업㈜의 지원 하에 현재 진행 중인 개념 설계를 오는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까지 함재기(경항모에 탑재·운용되는 고정익 및 회전익 항공기) 운용과 관련해 국내에서 미보유 중인 경항모 비행갑판·플랫폼 설계 핵심기술을 올 하반기부터 4년간 방위사업청의 선도형 핵심기술 과제로 개발해 경항모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에 직접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 해군 창군 이래 가장 도전적인 과제라 생각되는 한국형 경항모의 성공적인 획득을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운용 대상 함재기의 기종을 늦어도 기본설계 시작 때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함재기 기종은 항모 설계의 핵심 인자이며, 함재기와 항모 간의 상호 영향성이 매우 크다. 즉, 함재기 기종은 항모 주요 제원, 함재기 운용 관련 체계·자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항모의 소티(Sortie·정해진 시간 동안 함재기의 출격 가능 횟수) 생성 능력에, 소티 생성 능력은 함재기 전비 태세와 전투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함재기 기종이 결정돼야 함재기 제작사의 기술 지원도 가능하다. 영국도 퀸엘리자베스급 중형항모 설계 과정에서 함재기 상세 자료 미확보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경항모 설계·건조는 대형수송함(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기존 함정의 설계·건조의 연속적 관점이 아닌 한 번도 경험에 보지 못한 전혀 다른 함형(Ship Class)으로서 플랫폼 중심이 아닌 함재기 중심의 불연속적 관점에서 혁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경항모 획득의 사업적, 기술적 리스크도 기존의 함정보다 훨씬 크리라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업 수행 전담 조직을 소요군(해군·공군)과 방위사업청에 신설하고 운영해야 한다.

일부에선 경항모의 함재기로서 현재 고려 중인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이 가능한 F-35B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무장 탑재 능력과 작전 반경도 우수한 F-35C를 운용할 수 있도록 경항모가 아닌 중·대형 항모를 획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항모조차 설계·건조를 해본 적이 없는 국내 기술 수준과 F-35C 운영을 위해서 반드시 추가돼야 하는 이·착함 장치의 도입과 유지·보수비용, F-35B보다 훨씬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조종사와 항공요원을 위한 더 많은 교육과 훈련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중·대형 항모 획득은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리라 판단된다.

셋째, 현재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함재기 운용 관련 시험 평가, 교육·훈련, 종합군수지원 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철저한 계획 수립과 소요 예산 확보 등 일련의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현재 일각에서 한국형 경항모 획득 사업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항모가 필요한지 여부, 전술한 F-35B의 단점에 따른 공군력의 저하, 예상되는 위협에 대한 생존성 문제 등이다. 일정 부분 일리 있는 우려이며, 경항모 건조 가능성 검토부터 설계·건조 기간 동안 많은 이가 고민하며 해결을 했거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다수의 국책 사업에서 경험했듯 이러한 우려가 반대를 위한 반대, 불순한 의도 등으로 정치화돼 `토론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의 문제가 된다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엄청난 국가적 손실 비용을 초래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건전한 토론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해 경항모 설계·건조 과정에 반영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한국형 경항모가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대양해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함(Flag Ship)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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