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줄어…땡볕 더위 대신 비 내린 탓
가전 판매 희비, 제습기 늘고 에어컨 줄고

긴 장마에 충청권의 순간 최대전력수요가 지난해 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장마 후 무더위가 찾아오는 8월 초 낮 시간대 전력 수요가 급상승하지만, 올해는 폭염이 줄고 장맛비가 지속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13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역대 가장 길었던 2013년(49일)과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났던 1987년 8월 10일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올 장마는 역대 가장 길고 늦게 끝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현재 장맛비가 주춤하지만 14-16일 충청권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 다시 한번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장마가 끝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기상당국은 설명했다.

폭염이 사라진 틈을 장맛비가 채우면서 충청권의 전력 소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순간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했다.

최대전력수요는 15-30분 단위로 전기 소비가 가장 높은 값을 수치화한다. 보통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 낮 시간대가 최대전력수요 지표로 활용된다.

이달 1-10일 낮에는 무더위 대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최대전력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 기간 충청권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5일 7390MW(메가와트)였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중 최대전력수요는 8390MW(메가와트)였다. 전체(8월 1-10일)를 놓고 보면 지난해 평균 최대전력수요는 7982MW(메가와트)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7097MW(메가와트)에 그쳤다. 증감률로 따져보면 전년 대비 11% 줄어든 수치다.

한전 관계자는 "낮에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하는데 올 여름은 지난해에 비해 무더위가 적어 냉방기 가동 전력이 줄었다"며 "이로 인해 순간 최대전력수요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도 올해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8월 1일부터 10일까지 평균 최대전력수요는 6만 9377MW로 지난 해(7만 8864MW)보다 12% 낮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가전제품 판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습한 날씨에 눅눅한 느낌을 줄여주는 제습 가전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름철에 주로 팔리는 냉방 가전은 비에 따른 판매가 부진하다.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제습기 매출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큰폭으로 늘었다. 신발살균건조기, 의류 건조기, 식기세척건조기 등 습기를 없애는 생활가전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여름에 잘 팔리는 냉방 가전은 장마에 따른 판매 감소로 고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40% 줄었다. 옥션에서는 7월 10일-8월 9일 한 달 간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줄었다.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도 판매량이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장 장마 영향으로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제습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