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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참치 대학, 그 협력의 시너지를 우리 지역에

2020-08-03기사 편집 2020-08-03 07: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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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은 어디일까. 도쿄대학, 와세다대학 등을 떠올릴 테지만, 2014년 이후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도쿄권의 유수한 대학들을 제치고 수험생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대학은 오사카부 하가시오사카시에 위치한 긴키(近畿)대학교다. 입학 정원 8000 명의 긴키대학의 지원자 수는 2010년부터 점차 증가해 2014년 10만 5천 명으로 전국 1위를 했고, 2018년에는 15만 명을 돌파했다. 만 18세 인구가 1992년 205만 명에서 2018년 118만 명으로 줄어든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극심한 대학서열화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기적이었다. 이름마저 생소한 지방 사립대학에 수많은 수험생들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일본 언론들은 '참치'를 주목했다. 긴키대학교는 1948년 설립된 임해연구소를 모태로 이미 1970년부터 참치 양식 연구를 시작했다. 30여 년의 연구 끝에 2002년 세계 최초로 참치 완전 양식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상업화에 성공해 시장에 내놓았다. 이른바 '긴키 참치'는 자연산 참치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긴키대학교 수산연구소'라는 직영 레스토랑을 통해 일본 전역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참치만이 이 대학의 유일한 성공 비결일까. 아니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보다 근원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긴키대학교가 참치 등 산학협력에 집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의 우수한 지적 자산과 사풍을 학생들이 배우고 그것을 학내에 도입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공헌을 실현하는 실천적 교육'이라는 대학 이미지 정착을 위해서다. 실제 긴키대학이 산학협력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전체 대학 수입의 1.62%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학의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기업수탁 연구비 수입 기준 전국 3위 수준의 적극적인 산학협력은 일개 지방 사립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주었고, 우수한 인재들의 시선을 끌었다. 참치로 특성화된 개성 있는 대학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협력의 산물이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정부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눈여겨봐야 한다. 긴키대학이 위치한 히가시오사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형 산업집적지다. 시 소재 중소기업들은 일본의 제조업 침체기를 버텨낸 이후 강한 회복력을 보였는데 이것은 지역 대학과의 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긴키대학 대학원에는 '히가시오사카 모노즈쿠리' 전공이 설치되어 있어 지역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한 신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로 따지면 충남대학교 '대전 장인정신 전공'인 셈이다. 긴키대학은 대기업과의 협력도 하지만, 가능하면 현지에 최적화되어 있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중요시한다. 시 정부도 지역 내 네트워크를 통해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유지시키고자 실용적이고도 세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학은 대학대로 개성 넘치는 도약을 할 수 있었고, 지역 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됐다.

지난 달, 정부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의 시범사업 대상지로 충북과 경남, 광주·전남을 선정했다. 각 지역별로 10개 이상의 대학, 40개 가량의 지역 혁신기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부는 약 1000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를 지원한다. 지역의 대학들이 지역 혁신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의 지역정주를 높이는 한편, 지역의 혁신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중심'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이다.

때마침 불어온 지역 혁신성장의 훈풍에 지방정부가, 지역 대학이, 지역의 기업과 혁신기관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화답해야 한다. 협력 없이는 혁신도 성장도 이룰 수 없다. 이제 지역 스스로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때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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