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잇단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 집값 안정은커녕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발상을 했을까마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온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하는 공급확대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지방소멸을 재촉할 우려가 높다. 공급 확대로 집값이 안정될 리도 만무하지만 행여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발상이라면 즉각 재고하기 바란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도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강남 그린벨트를 풀면 전국에 분양 광풍이 불 것이라며 그 보다는 도심재개발이나 용적률을 높이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작고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린벨트는 미래자산이라며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주로 서울 등 수도권 시민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 발언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확대가 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안 그래도 수도권 쏠림현상은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1000대 기업 본사의 73.6%가 몰려 있다. 신용카드사 개인사용금액의 81%, 고용보험 신규 취득 비율도 60.8%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수도권의 55% 수준이란 통계도 있다. 이런 마당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로 들린다. 사람과 재화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악순환만 가져올 것이란 비수도권의 우려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수도권은 규제 해제와 각종 혜택으로 인해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 수요가 넘쳐나니 공급을 늘려 해결하겠다는 것은 시장논리엔 부합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견이자, 수도권 위주 정책일 뿐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번영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다시금 요구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