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행정구역 이름이기도한 꼬뜨도르의 도청소재지 디종을 기준으로 하면 15km 아래에 위치한 즈브레-샹베르땡(Gevrey-Chambertin)부터 꼬드드뉘의 그랑크뤼 마을이 시작됩니다. 샹베르땡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명언을 남긴 나폴레옹이 즐겨 마신 와인입니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샹베르땡 와인을 챙겼고, 모스크바를 점령하고서도 크렘린 궁에서 샹베르땡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습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것도 샹베르땡 와인을 공급받지 못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나폴레옹의 사전에 있는 와인은 샹베르땡뿐이었겠지요.

다른 부르곤뉴의 그랑크뤼 마을들처럼 즈브레 마을이 유명 포도밭 이름을 붙인 즈브레-샹베르땡이 된 것은 프랑스 마지막 왕인 루이 필립(Louis Philippe)의 1847년 칙령에 의해서였습니다. 즈브레 샹베르땡은 부르곤뉴 마을들 중에서 가장 많은 그랑크뤼(9개)를 보유하고, 와인 맛도 견고하고 풍만하기에 `부르곤뉴의 뽀이약`이라고 칭해지기도 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그 어느 것도 한잔의 샹베르땡을 통해서 보이는 장미빛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고 극찬하였답니다.

부르곤뉴에서는 최초인 기원전 1세기경 로마제국의 포도재배와 와인제조 유적이 발견된 즈브레-샹베르땡 마을에 샹베르땡 포도밭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이미기 7세기입니다. 630년 부르곤뉴 공작으로부터 포도밭을 하사받은 베즈(Beze) 수도원 와인의 평판이 좋았기에, 바로 옆에 포도밭을 갖고 있던 와인업자 베르땡(Bertin)이 같은 종의 포도나무를 심어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면서입니다. 베르땡의 밭(Champ de Bertin)이 축약되어 샹베르땡(Chambertin)이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샹베르땡과 샹베르땡-끌로드베즈는 샹베르땡 이름이 들어간 9개 그랑크뤼를 대표합니다.

여러 가지 품종을 블렌딩하는 보르도 와인 달리,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부르곤뉴에서는 포도밭과 생산자에 따라 각기 개성있는 와인들이 생산됩니다. 즈브레-샹베르땡에는 9개 그랑크뤼 밭외에도 26개의 프르미에크뤼 밭이 있습니다. 마을 왼쪽 남동향 경사면에 위치한 프르미에크뤼들은 그랑크뤼 수준에 견줄만한 수준으로, 마을 아래 그랑크뤼 밭들 주변에 위치한 프르미에크뤼들에 비해 보다 더 강건합니다.

최근 각기 다른 위치의 즈브레-샹베르땡 프르미에크뤼 와인들을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을 동편의 올리비에 번스타인(Olivier Bernstein)의 레 까즈띠에(les Cazetiers)에서 명불허전의 깊이감을 확인했지만, 예쁜 파스텔톤 루비 색상에 힘차게 피어오르는 꽃향으로 제 마음을 뒤흔든 것은 그랑크뤼 샤ㅤㅃㅔㄹ-샹베르땡 밭의 오른쪽에 붙어 있는 프레데릭 마니앙(Frederic Magnien)의 쁘띠 샤ㅤㅃㅔㄹ(Petite Chapelle, 小聖堂)이었습니다.

프레데릭 마니앙은 작년 11월 부르곤뉴 와이너리 여행에 동반한 아들(프랑스 공인 소믈리에-컨설턴트)이 스타쥬 과정으로 일했던 보르도 와인바에서 인기 와인이었던 도멘 미셀(프레데릭의 아버지) 마니앙을 찾아보자고 해서 방문했었습니다. 와이너리 입구 철문, 까브 출입구, 나무기둥, 처마, 덧창, 화분까지 건물 곳곳에 보라색의 깔끔한 장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즈브레-샹베르땡에는 `하늘(天)·땅(地)·사람(人)`의 자연 친화적인 동양 철학을 담은 와인으로 신의 물방울에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던, 한국인 박재화씨가 일본인 남편과 운영하는 루뒤몽(Lou Dumont) 와이너리도 있습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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