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말 많았던 충남도의 2020년 하반기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충남도청 공직사회는 이번 인사를 전후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어수선했다. 국장급 인사의 공로연수 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시군 부단체장 인사까지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진행된 것이 없다. 아직까지 그 여진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도청 조직내 갈등은 올 하반기 공로연수 대상자 중 국장급 1-2명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비롯됐다. 도 지휘부는 공로연수를 단계적 폐지하고 싶어했지만, 충남도공무원노조는 대상자 전원이 공로연수를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장급 인사가 퇴직 1년 전 공로연수를 가던 수십 년 관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다. 이로 인해 공로연수 신청을 거부하는 공직자까지 발생했다. 공로연수를 둘러싼 조직의 내부 갈등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공로연수에 대한 도청내 공무원들의 기류는 여전히 호의적이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3급 공무원인 국장급 1명이 공로연수를 가지 않으면, 4급 과장급부터 하위직까지 줄줄이 승진을 못하게 된다. 당장 승진이 코앞인데 왜 하필 이 시점에 관례를 무시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올 하반기 공로연수 대상자들의 명운이 엇갈린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도 지휘부의 낙점을 받은 인사는 살아남아 6개월간 더 자리를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공직자는 떠나는 신세가 됐다.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물론 자리를 지키게 된 공직자도 가시방석이기는 마찬가지다.

공로연수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의 출퇴근을 면제하는 제도다.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 적응 능력을 기르고 기관의 인사 운영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열어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일하지 않고 급여를 받는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다. 결국에는 시대 흐름에 따라 `폐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게 공로연수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도청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사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로연수와 관련한 청내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 없이 불쑥 튀어 나오다 보니 저항이 많았던 것 같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는 시군의 부단체장 자리를 놓고도 설왕설래 했다. 충남의 국·과장급이 가는 부단체장은 오래전부터 노른자위로 소문이 나 있다. 도청 과장과는 예우가 다르다. 부단체장은 명예로운 자리이기도 하고, 관사에 승용차까지 나온다. 똑같은 직급이라 하더라도 일에 파묻혀 사는 도청 과장 보다는 훨씬 좋은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인사를 앞두고 도청 과장급 10명 이상이 특정지역 군수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들이 예민한 시기에 단체장을 찾아갔다면 부군수가 되기 위해 눈도장을 찍거나 충성맹세를 위한 방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부단체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공직자도 있었다고 한다.

충남도청 과장급이라면 충남에서는 상당히 무게감 있는 공무원이다. 이들이 도청의 과장 자리를 마다하고 너도나도 부군수가 되려고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충남 시군의 부단체장 인사는 시장·군수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급기관의 과장들이 앞다투어 군수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니 해도 너무 했다.

충남도의 이번 인사는 이래저래 공직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공로연수제도는 이제 기존의 관례가 깨졌다. 이로 인한 잡음과 여진은 도가 감당해 나가야 할 몫이다. 여기에 맞춰 충남의 공직자들도 새로운 기준 속에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부단체장 인사도 기존의 관례를 더 이상 답습해서는 안된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가 그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오랜 인사 관행이라 하더라도 시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손질하고 새로운 원칙을 세워 나가야 한다. 이번 인사를 둘러싼 충남도의 내부 갈등이 성장통이 되길 바란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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