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서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다. 더군다나 남북공동연락소 철거에 이은 군사적 위협까지 시사해 남북이 최대 위기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그저께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해 당국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하거나 폐기한 바 있다. 일련의 북의 대남 압박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협상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암시하는가 하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 도발 가능성도 거론했다. 김여정이 지난 4일 대남 업무에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데 이어 대남 군사행동을 지시·승인했다는 점에서 전쟁 선포나 다름없어 보인다. 북한이 군사도발을 내세워 대남 압박에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이번 담화 역시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것은 남북 간 합의 위배에 따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전단 살포 문제를 트집 잡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각종 남북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대남 강경 발언을 일삼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일부에선 강경 일변도의 담화가 잇따른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민심이 흉흉해진 북한 사정을 다잡기 위한 여론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의 세계적 유행으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대남 강경노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의 폭압적 태도는 늘 저자세로 일관해온 정부 탓도 크다. 오늘은 남북 정상이 해방 후 처음으로 만나 화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한 6·15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뒷걸음질 하는 가운데 작금의 상황에 대해 두 정상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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