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호 대전시중등교장협의회장·대전 장대중 교장
김근호 대전시중등교장협의회장·대전 장대중 교장
3학년 등교 첫날, 서로의 거리두기를 표시하는 초록색 테이프에 발을 올린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긴장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뒤를 따른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도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졌다.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가림막 안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씁쓸하다.

나의 교직경력 32년은 아이들에게 `서로 소통해라, 친구와 친밀하게 지내라, 함께 부딪히며 더불어 살아가야 행복하다`를 수없이 가르친 시간이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서로 안아주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기를 알려준 세월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안겨준 삶의 방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로가 손을 잡아도 안 되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안 되며, 어깨동무도 할 수 없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협력 학습, 모둠 활동, 토론으로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 왔던 선생님들의 노력도 허사로 만들고 있다. 더욱 슬픈 것은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의미 있게 가르쳐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라 생각한다. 공동체는 한 배를 탄 존재들이다. 그 배에 구멍이 나는 순간, 그 구멍으로 스며든 물로 인해 다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공동조직이다. 인간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개인으로 하여금 국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연대감과 정체성을 지니고,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지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에 입각한 인간관계의 형성 및 유지를 위해 이기적 개인이 아니라, 이타적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자신의 겸양과 이해심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사실 작금의 우리의 현실은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학교 전체의 건강을 위해 `나` 하나의 불편함을 뒤로 하고, 서로의 건강을 위해 말을 아끼고, 행동을 아끼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할 때이다. 한 사람의 소소한 행동이 큰 파도로 다가와 우리 사회 전체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잠시 어깨동무를 뒤로 하고 친구와의 눈빛만으로 우정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친구와의 교류를 줄이고 온라인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자칫 의기소침해지고,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공부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항상 소중한 존재이고, 이 세상의 중심이며 `나` 자신이 바로 설 때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하다. 친구의 손을 잡아줄 수 없다 하여 외로운 친구를 방치해선 안 되며, 제자의 어깨를 다독여 줄 수 없다 하여 청소년기의 고민으로 어려워하는 제자를 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주변에 눈을 돌려 외로운 친구는 없는지, 공부의 어려움을 겪는 친구는 없는지 먼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 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할 것이다`라고 말한 R.잉글리제의 말이 특별하게 가슴에 와 닿은 6월이다.

김근호 대전시중등교장협의회장·대전 장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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