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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웃의 길에 꽃을 뿌릴 줄 아는 마음

2020-06-12기사 편집 2020-06-12 07: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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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근호 대전시중등교장협의회장·대전 장대중 교장

3학년 등교 첫날, 서로의 거리두기를 표시하는 초록색 테이프에 발을 올린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긴장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뒤를 따른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도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졌다.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가림막 안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씁쓸하다.

나의 교직경력 32년은 아이들에게 '서로 소통해라, 친구와 친밀하게 지내라, 함께 부딪히며 더불어 살아가야 행복하다'를 수없이 가르친 시간이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서로 안아주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기를 알려준 세월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안겨준 삶의 방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로가 손을 잡아도 안 되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안 되며, 어깨동무도 할 수 없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협력 학습, 모둠 활동, 토론으로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 왔던 선생님들의 노력도 허사로 만들고 있다. 더욱 슬픈 것은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의미 있게 가르쳐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라 생각한다. 공동체는 한 배를 탄 존재들이다. 그 배에 구멍이 나는 순간, 그 구멍으로 스며든 물로 인해 다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공동조직이다. 인간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개인으로 하여금 국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연대감과 정체성을 지니고,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지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에 입각한 인간관계의 형성 및 유지를 위해 이기적 개인이 아니라, 이타적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자신의 겸양과 이해심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사실 작금의 우리의 현실은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학교 전체의 건강을 위해 '나' 하나의 불편함을 뒤로 하고, 서로의 건강을 위해 말을 아끼고, 행동을 아끼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할 때이다. 한 사람의 소소한 행동이 큰 파도로 다가와 우리 사회 전체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잠시 어깨동무를 뒤로 하고 친구와의 눈빛만으로 우정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친구와의 교류를 줄이고 온라인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자칫 의기소침해지고,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공부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항상 소중한 존재이고, 이 세상의 중심이며 '나' 자신이 바로 설 때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하다. 친구의 손을 잡아줄 수 없다 하여 외로운 친구를 방치해선 안 되며, 제자의 어깨를 다독여 줄 수 없다 하여 청소년기의 고민으로 어려워하는 제자를 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주변에 눈을 돌려 외로운 친구는 없는지, 공부의 어려움을 겪는 친구는 없는지 먼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 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할 것이다'라고 말한 R.잉글리제의 말이 특별하게 가슴에 와 닿은 6월이다.

김근호 대전시중등교장협의회장·대전 장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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