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기준] 켄 코시엔다 지음/ 박세연 옮김/ 청림출판/ 320쪽/ 1만 6000원

잡스의 기준
잡스의 기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인구가 매일 사용하는 애플의 제품. 애플의 힘은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들만의 소프트웨어는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의 황금기부터 시작됐다. 이 책은 바로 그 시절, 초대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앞장섰던 엔지니어인 켄 코시엔다가 말하는 애플의 아이디어 창조론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애플의 전성기에 탄생한 아이폰의 뒷이야기,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의 황금기에 성립된 애플 고유의 업무수행 방식 등을 소프트웨어 개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비밀 유지 규약`에 의해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이 아이폰 담당 수석 엔지니어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하며 제품 개발에 늘 앞장섰던 켄 코시엔다에 의해 낱낱이 공개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 그 외에도 다양한 하드웨어와 플랫폼으로 디지털 사회를 이끌고 있는 애플. 베일에 둘러싸인 그 개발 과정으로 인해 우리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천재가 모든 제품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혁신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애플의 전설적인 엔지니어로 알려진 켄 코시엔다는 수학적 재능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프로그래머로서의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빠르게 작동하는 브라우저나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 글자를 입력하기 위한 키보드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작업을 해내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실제로 그는 아이폰을 개발하는 도중에 애플을 그만두고 구글로 이직하려 할 정도로 큰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잡스와 함께 일할 수 있었을까?

그가 좌절을 극복하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것은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끊임없는 선택을 통해 배움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과정이 아이폰과 같은 창조적 제품을 탄생시켰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독보적인 기업인 애플의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조직 문화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브 셀렉션`, 즉 `창조적 선택`이다. 물론 이런 핵심 요소를 설명하는 애플 매뉴얼은 없다. 단지 암묵적으로 직원들의 DNA에 새겨진 채 묵묵히 이어져 내려왔을 뿐이다. 그동안 비밀 유지 규약에 따라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스티브 잡스만의 히든 프로세스, 애플의 성공에 기여한 핵심 요소인 크리에이티브 셀렉션은 `영감(Inspiration)·협력(Collaboration)·기능(Craft)·성실(Diligence)·결단력(Decisiveness)·취향(Taste)·공감(Empathy)` 등 7가지로 구성돼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애플이 추구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제품은 세련되고 스마트하게, 그러나 그 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우직하고 진지하게 포기하지 않은 장인 정신과 유사하다. 그러나 애플 직원 모두가 초일류 사원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창조적 선택의 반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애플의 진정한 `정신`이다.

내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창조성과 혁신의 이야기인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소규모 그룹이 발전적인 디자인 모형을 개발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이 지금도 사용하는 획기적이고 직관적인 소프트웨어를 창조했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준다.손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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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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