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정오를 기점으로 남북 사이의 모든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폐기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물론 당국 간 모든 연락수단이 끊어진 것이다. 남북 연락채널은 여러 곡절은 있었지만 20년 전 6·15 남북공동선언부터 2018년 4·27 판문점선언, 9·19 군사합의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장치로 작동해 왔다. 또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전쟁 위험 억제 등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불가측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 한마디 상의 없이 이를 일방적으로 차단한 것은 유감이다.

북한은 연락채널 단절의 표면적 이유를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서 찾고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정보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대북전단 유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6·25 70주년을 전후해 대대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는 탈북자단체의 활동을 막기 위해 연락채널 차단이란 강수를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교착상태의 북미대화를 촉진할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는 듯하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남북 간 연락채널 차단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 간 합의정신을 살려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뜻을 누누이 밝힌 바 있고 여당도 금지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의지와 움직임이 이럴진대 북한이 신뢰와 대화를 외면하고 무턱대고 연락채널부터 끊은 행위는 억지요, 다시 고립의 길로 들어서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락채널 차단으로 당분간 남북관계도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냉각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대결과 적대관계로 회귀하면서 한반도의 긴장도 덩달아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남북 모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북의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 관계개선의 길을 모색하고, 북한도 연락채널 폐쇄조치를 철회하고 남북 합의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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