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토머스 헤이거 지음·노승영 옮김) =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멈춰 세웠다. 2020년 들어 인류는 문명과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류가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 그런데 100년 전만 해도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당시 인류의 적은 세균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의대에 다니다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는다. 도마크는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 이야기의 주역이지만, 이 책은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동아시아·472쪽·2만 2000원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박연정 옮김) = 문명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패권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난 5000년 동안 세계사는 크게 세 가지 공간으로 흐름이 이동했다. 유라시아에서 오래 지속된 `육지`의 역사, 다섯 대륙이 대양으로 연결된 `바다`의 역사, 항공망과 인터넷 가상공간으로 이루어진 `하늘`의 역사 순서로 변화했다. 각 시대별로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나라는 패권을 장악했고, 세계를 일체화하는 데 앞장서는 패권국이 됐다. 이 책은 먼저 문명의 탄생부터 14세기까지, 육지를 점령한 제국들의 흥망성쇠와 동서 교류의 역사를 설명한다. 그 다음 대서양시대가 펼쳐진 15-18세기, 유럽의 이민과 해상무역, 식민지, 산업혁명 등을 영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19세기부터 현재까지 항공망과 통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화와 IT 기업의 약진 등 현대 패권의 행방을 설명한다. 위즈덤하우스·256쪽·1만 5000원

△소방관의 선택(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김희정 옮김) = 도저히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감정이나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고 꼭 필요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직 소방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업무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선의 의사 결정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소방관에게 필요한 자질은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이다. 용기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기만 한다고 구조가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여성 소방관인 저자는 급박하고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탐구했다. 미국심리학회의 `레이먼드 니커슨 우수 논문상`과 `신진연구자상`을 동시에 수상한 저자의 연구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위기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 또한 알려준다. 북하우스·396쪽·1만 6500원

△귤의 맛(조남주 지음)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소란, 다윤, 해인, 은지는 `맨날 붙어 다니는 네 명`으로 통한다.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이들은 다소 충동적으로 한 가지 약속을 한 뒤 타임캡슐에 넣어 묻는다. 앞날이 바뀔지 모를 이 약속 뒤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순간의 여러 감정과 계산이 빚어낸. `귤의 맛`은 이 약속을 둘러싼 네 아이들의 속사정을 번갈아 풀어놓는다. 평온하게 흘러가는 타임라인 위에 커서를 대고 잠시 정지된 장면을 들여다보듯, 작가는 인물들의 마음과 주변을 천천히 훑는다. 어긋나는 관계의 화살표 속에서 미묘해서 오히려 말 못 하는 감정의 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막막함 속에서 지금의 시간을 쌓아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평범한 날 속에 자잘한 생채기가 나면서도 저마다의 악력으로 나뭇가지를 쥐고 초록의 시간을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닿아 있다. 문학동네·208쪽·1만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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