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정유사의 하나인 S-OIL이 충남 서산의 대산 석유화학특화단지 입주 의사를 철회하는 바람에 이 일대 조성 예정이던 첨단화학특화단지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S-OIL 행태는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확한 속내는 알려진 게 없는 상황이나, 투자여력이 없는 형편을 이유로 이제와서 발을 빼겠다는 것인데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태도가 이렇게 급변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S-OIL은 지난 2017년 9월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 3사가 함께 대산 첨단화학단지를 공동추진키로 하고 충남도 서산시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때만 해도 대산2일반산업단지와 주변 90만 평 부지 위에 매머드 첨단화학단지가 태동하게 되는 것을 의심치 않았고 특히 국내 굴지의 화학업체들이 10조 원대 재원을 신규로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3사가 의기투합한 전례가 드물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충남도와 서산시 입장에서도 이들 업체가 첨단화학단지에 둥지를 트는 것이 최상의 조합이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S-OIL의 사업 참여 철회는 상당한 리스크다. 3사 중 단 한 곳이라도 변심하면 첨단화학단지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첨단화학단지를 구성하는 세개 중심축가운데 어느 하나의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그 자리의 공백이 빠르게 메워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S-OIL도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유동성 문제를 흘리며 대산 첨단화학단지 추진 3각 동맹체제에서 이탈을 기정사실화하고 말았다. S-OIL은 지난 2006년 대산읍 독곶리 일원에 원유정제공장 건립을 목표로 토지를 매입한 바 있다. 이 곳 주민 130여 가구까지 밀어내며 거대 특화단지 비전 마케팅도 병행해왔다. 그래 놓고 십 수년만에 유턴하겠다고 한다. 그냥 일을 진척시키지 않는 식으로 사업 참여자 자격 상실을 꾀한 것으로, 뒷 모습치고는 졸렬해 보인다.

S-OIL은 사실상 대산 첨단화학단지 사업에서 임의이탈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일개 업체의 사업 참여냐 퇴각이냐 하는 문제를 넘어 충남도와 사산시의 미래산업거점자산 개발 구상에 중대 생채기를 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렇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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