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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문학] 아름다운 거름이 되는 시간

2020-05-28기사 편집 2020-05-28 0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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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정말 예의가 바르다. 우리 인간이 미처 정신 차리지 못하고 제 할 일을 못해 버벅거리고 있을 때도 그는 호통도 치지 않고 우리 사이를 매력있게 잘도 빠져나간다. 상대가 혹여 길을 잘 못 드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나무라는 법도 없이 유유히 제 갈 길만을 간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제 할 도리는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매듭짓고 지나가는 지 절로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제가 할 일을 당당히 해놓았으니 큰 소리 한 번이라도 칠 법도 하건만 도무지 꾸짖지도 나무라지도 않는다.

이처럼 자연은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고서도 좀체 거드름조차 피울 줄 모르는 성실한 농부와도 같다. '살아가는 일' '가르치는 일'을 결코 입으로만 내세우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결실'로 정직하고도 진솔한 자신의 성적표로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어찌 이런 규범적이고 예의바른 사람만 있으랴. 언제나 자연처럼 거들먹거리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내가 한 행적 구태여 들춰내려 하지 않고, 시시비비 안 따지고 묵묵히 내 할 일만을 향해 정진해 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람과의 철저한 거리두기를 요구하며 오랜 시간동안 좀체 그 민낯을 보여주지 않고 천의 가면을 쓰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행동 양식이 이젠 현명하게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는 동안은 철저하게 홀로 고요히 머물며 진지하게 자신과 대면하면서 내적 수행으로서의 초대 시간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장장 길었던 그 침묵의 세월! 2020년 초입부터 시작된 고통의 시간 속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 왔는지 깊은 성찰과 자성을 하는 시간으로 보내졌기를 바란다. 아직 우리는 낙관하기에는 이른 시간을 살고 있다. 코로나의 무서운 경고등도 꺼지지 않았고, 지금도 산불의 잔불처럼 아직 완전히 코로나가 잦아들지 않았다. 언제든지 적절한 조건만 맞으면 또다시 불붙어 대형 산불로 이어질 시간을 방심 뒤에 숨어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정말 우리의 삶은 이 끔찍스런 경험으로 인해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이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전문가들의 그 충고를 깊숙이 받아들이지 않고 그 심각성을 잊은 채 무분별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하루빨리 좋았던 예쁜 과거로만 다시 회기하려는 관성의 법칙에만 몸을 맡겨놓고 아직도 그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사회는 너무도 큰 변화와 국가의 난제 앞에서 허탈하게 바꾸어놓은 의식구조와 새로운 생활 방식과 다시 싸우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일만 과제로 남겨놓았다.

지금은 울부짖는 자연과 각처 각계에서 새어나오는 그 따가운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 삶의 자세를 뿌리 채 바꾸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히 요구되는 엄중한 시간 속을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오늘 흐르는 그 강물은 이미 어제의 그 물이 아니다.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이 일상은 이미 어제와 똑같은 그런 일상이 분명 아니어야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지니가 호리병을 빠져나온 후로 다시는 스스로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관성의 법칙에 이끌려 다시 이전의 방탕한 시간 속으로 끌려들어 가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내가 지금은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안 주었으니 괜찮다는 생각 대신 내 작은 행동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피해를 입을 어느 누군가를 다시한번 되짚어 생각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들은 지금 누구를 막론하고 혹독한 자성의 시간을 보내는 체로금풍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다운 거름이 되어주며 모두에게 자성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김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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