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힘 겨루기 와중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법사위와 예결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과한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할 정도이니 단순히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이러다가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겠지만 국민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당의 압박은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에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제3차 추경의 조속한 국회통과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도 있었다.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나 소상공인 및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수출입 활성화, 한국판 뉴딜 조기 착수 등 어느 하나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민주당은 그래서 늦어도 6월 중으로 추경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원 구성을 놓고 허비할 시간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18개 상임위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68석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를 넘어 177석이나 된다. 이해찬 대표는 20대 국회의 파행을 거론하면서 21대 국회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뜻에서 국민들이 다수의 의석을 줬다고 했다. 여차하면 상임위원장 독식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역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보면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타협의 묘를 발휘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21대 전반기 원 구성은 종전처럼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민주당의 대승적 자세가 요구된다. 힘을 사용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야 원 구성이 순조로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통합당도 지나친 자리다툼이나 지연전술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점을 인식하고 원 구성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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