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이달 초 이후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뉴스의 일단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표적인 역행 사례로 회자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궁금한 것은 대체 클럽이 어떤 공간이기에 코로나19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할까 하는 것이다. 반복적 비트는 심장을 흥분시키고 빠른 리듬과 엄청난 음량은 몸의 움직임만 의식하게 한다. 어두운 폐쇄 공간의 묘한 격리감은 사이키델릭(psychedelic·환각을 일으키는) 조명과 함께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춤출 공간 정도만 있으면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매력적이다. 클럽에서는 넓은 것이 반드시 쾌적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공간을 느끼려고 돈을 내고 줄을 선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이 끊기고 거기다 조명까지 환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집단 환각에서 막 깨어난 사람들처럼 돌연 맹숭맹숭한 느낌에 어색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그 공간을 빠져나오고 싶어진다. 폐쇄성을 강조해야 되는 공간, 평상시라면 과밀을 불러올 고밀도의 공간, 익명성의 공간인 동시에 구심성의 공간, 클럽은 그러한 공간이다.

열차나 비행기를 탈 때마다 선택의 문제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좌석 위치다. 대부분 창가 자리를 택하게 되는데 그것은 개인공간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통로 자리를 택하는 경우도 사실은 자신의 의지대로 활동 공간 확장과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은 경우 자신의 개인공간은 침해받을 일은 적지만 대신 활동 공간은 좌석으로 한정되기 때문인 것이다. 역이나 공항 라운지는 개방적 공간이지만 벤치는 항상 한쪽 구석과 그 반대편 구석 순으로 채워진다. 배열도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상호 대향식으로 배치된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가급적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공간의 크기에 관련 없이 원심성이 강조되는 공간의 예다.

요즘 거리마다 가득한 대형 커피 전문점들을 가보면 다양한 공간 사용의 모습을 본다. 소위 `카공족`들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 전기 콘센트가 매립된 벽면이나 창가 벤치형 좌석 공간 점유시간은 상대적으로 길고 선호도도 높은 것 같다. 사용자들은 주로 혼자다. 전기 콘센트가 매립된 코뮌 테이블(commune table)을 중심으로 센터 바(center bar)형 좌석 사용자들은 2인 이상 그룹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좌석 공간이나 창을 향해 배치된 바 카운터(bar counter)형 좌석공간에서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어폰을 끼고 있다. 자기만의 개인공간을 이루려는 청각적 시도다. 일반적인 좌석 공간에서도 혼자 앉을 때 개방된 공간을 등지고 있는 좌석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개인공간을 방어하려는 기제의 무의식적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반적인 대향식 좌석 공간에서는 역시 2인 이상 그룹들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고 따라서 대화의 빈도 역시 높게 보인다. 일반적인 대향식 좌석공간에서도 좌석 형태에 따라 각각 다른 사용행태를 보게 되는데 역시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 공간 특성은 원심성과 구심성의 공간이 개인의 공간 사용 의도에 따라 혼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건축은 인간이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공간 환경은 벽과 바닥, 지붕과 같은 고정적 요소, 가구와 같은 반고정적 요소, 그리고 인간과 같은 비고정적 요소로 이뤄진다. 공간환경의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기관의 사무실 구조는 창가 자리가 임원 혹은 중간 관리자의 몫이고, 일반 직원들은 관리자 통제 하에 배치된 형태다. 건축 디자인 묘를 발휘해 창가 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를 일반 직원들에게 할애한다면 기업이나 기관의 문화는 물론 생산성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이 저층 업무용 캠퍼스를 건축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공간과 인간은 참으로 묘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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