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시작은 미미했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아브레우 박사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나눠주며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엘 시스테마는 35년이 지난 2010년 221개의 지역 센터가 설립되었고 5백 여개의 오케스트라와 음악 그룹이 활동 중이며 26만여 명이 가입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 취지에 공감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각국 음악인, 민간 기업이 적극 후원에 나섰으며 그 결과 엘 시스테마는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모델로 성장하게 되었다.

엘 시스테마는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지칭하는 용어로 `베네수엘라의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엘 시스테마는 이전의 제도적 음악교육과 달리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 대부분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 출신의 유소년, 청소년들은 개별적인 악기 연주 기량을 익히는 것은 필수지만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하는 걸 배우고 즐긴다. 음악에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엘 시스테마의 핵심적 덕목이다.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율을 체득하고 시간을 조직하는 방법과 동료에 대한 존중과 협업의 가치를 깨닫는다.

지역의 어린이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하여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거쳐 최종적으로 직업 연주자들로 구성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 교육 시스템의 정점에 도달한 이들은 자신의 음악적 성취를 넘어서 자신의 역할을 사회활동가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음악적 성장 과정을 통해 받은 혜택을 그대로 사회에 환원해준다는 점이 엘 시스테마를 `효율적인 체계`로 지탱시킨다고 할 수 있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전문 음악가로 성장한 후 지역 센터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활동하는 것이 엘 시스테마를 추동하는 가치로 기능한다.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서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은 그 핵심 가치를 증언한다. 그에게 엘 시스테마는 인생 학교이고 삶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곳이었다. 음악의 즐거움은 나누고 가르쳐줄 때 음악이 청소년들을 위한 미래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에서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삼은 꿈의 오케스트라가 대전문화재단에 의해 창단되었다. 대전 동구의 3개소 그리고 대덕구의 2개 지역센터에서 매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학생 단원들이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의 다른 지역에도 꿈의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광역시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대전 소재 전통 있는 음악대학에서 배출되는 전문 음악 인력들이 교육 강사로 참여하여 풍부한 인적 자원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음악을 통해 획득한 삶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는 대전 음악인들의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헌신적인 노력이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를 전국에서 부러움을 사는 사회적 음악교육 모델로 인정받게 해주었다. 매년 70여 명이 꿈의 오케스트라에 참여하여 지금까지 연인원 600명 가까운 청소년 음악인을 배출했으며 이들 가운데는 음악대학에 진학한 단원도 있다.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는 이제 창단 10주년을 맞이하여 엘 시스테마의 이상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 큰 꿈을 꾸고 있다. 동구와 대덕구를 넘어 대전 전 지역에서 꿈의 오케스트라가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며, 10년 전 구입한 낡은 악기를 일부나마 좀 더 나은 새 악기로 교체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아울러 지역의 좀 더 적합한 문화시설을 활용하여 합주연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연습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꿈의 오케스트라를 정성껏 키워내고 있는 김석구 예술감독 겸 지휘자 선생님과 모든 음악강사 선생님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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