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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2020-05-01 기사
편집 2020-05-01 0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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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고경옥 큐레이터

1월에 새 식구가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풀타임 유급 근로자(워킹맘)'로 살아온 나는 자녀 이외에 또 다른 생명을 기른다는 것에 큰 부담은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의 간절한 기대에 어쩔 수 없이 부응하고자 갈색 푸들(초코)을 분양받았다. 이렇게 먹이고, 씻기고, 산책시키는 제2의 육아(?)가 시작되었다. 강아지 돌보기는 만만치 않았는데, 그나마 다행은 초코가 금방 자라더니 우리 집에 온 지 4개월만에 거의 성견이 된 것이다.

초코와의 4개월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와도 딱 맞아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되어 학교가기는 커녕 친구도 만날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 딸아이에게 초코와의 산책은 유일한 낙이자 즐거움이었다. 초코가 없었다면 그 긴 시간의 고립감과 적막감을 어찌 견딜 수 있었을까?

최근 우리나라가 '반려견 1000만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버려지거나 유기되는 강아지의 숫자가 해마다 10만 마리라고 하니 가슴 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기견에 대한 문제를 시각화한 작품이 있는데, 한국 페미니즘의 대모인 윤석남작가의 '1025: 사람과 사람없이'(2008)가 그것이다. 어느 날 1025마리의 유기견을 키우는 이애신 여사에 대한 뉴스를 접한 윤석남작가는 나무를 자르고 채색하는 고된 노동의 행위와 오랜 시간을 더해 1025마리의 유기견 조각을 완성했다. 이러한 윤석남의 작품은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시사하고, 잉여 생명체에 대해 무감각해진 우리들의 거친 삶을 환기한다.

'함께 살아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과의 함께 살아감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동·식물들과도 말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이러한 바이러스의 출몰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 생태계를 파괴함으로 야기된 것이라는 논의가 지배적이다. 이 지구 위에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려견 초코를 보며, 이러한 살아 있는 생명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까를 다시금 고민해 보는 요즘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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