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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쉼표는 마침표를 늦춘다

2020-04-28기사 편집 2020-04-28 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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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영선 성악가
긴 쉼표가 있었다.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첫 주말을 우리는 보냈다. 오랜만에 아담과 드라이브를 했다. 나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진달래, 철쭉과 진홍빛 박태기 꽃들을 보고 감탄하고, 그는 앞의 신형 승용차를 보고 감탄을 하는 동상이몽 속에서 일과 여행을 겸했다.

10만 원의 씀씀이도 제각각이고 24시간의 하루, 80년의 인생을 사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아름다운 4월, 목련꽃과 벚꽃을 비롯해 많은 꽃들이 피고 졌던 4월이다. 사진을 아무리 잘 찍어도 늘 느끼는 것은 실제로 보는 감동을 담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다들 직접 실황의 연주를 찾고 비행기를 타고 가서 직접 여행을 하며 감탄하는 것이리라.

문득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생각났다. 그는 앞을 볼 수 없는 성악가다. 이 아름답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4월에 앞을 볼 수 있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동시에 그는 보이지않는 세계에서 더 감성적이고 더 눈부시게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가로서 인간이 볼 수 없는 더 환상적인 세계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그의 목소리로 안내한다.

보첼리는 195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피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팝페라 장르를 개척했으며 대중음악과 정통클래식 음악, 심지어 오페라에서도 출연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투스카니의 작은 농가에서 출생해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접했고 12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다.

피사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까지 받고 법정에서 변호사로도 활동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못해 결국 변호사를 그만두고 세계적인 테너 프랑코 코렐리에게 성악레슨을 받게된다. 그는 팝페라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음반으로도 성공했으며 20년 전엔 조수미와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다. 17년 전엔 자서전을 써서 또다른 자신의 삶의 고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의 감동을 줬다.

1주 전, 60세가 넘은 보첼리는 이번 코로나19 피해를 겪은 지구촌을 향해 'Music for Hope(희망을 위한 음악)'이라는 온라인콘서트를 열었다. 유튜브 동영상은 3200만 뷰를 넘어섰다. 평소엔 발디딜 곳도 없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인데 그렇게 텅빈 밀라노 두오모에서 파이프오르간 반주자와 단둘이 연주된 곡은 '생명의 양식', '아베마리아', '장엄미사', '천주의 성모', '아베마리아' 등 5곡이다. 청중은 한명도 없었지만 노래로 세상을 감동시킨 몸무게가 확 빠진 모습의 노년의 성악가. 그날의 연주 중 또다른 그의 고백인 Amazing Gracesm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했고 한국에서도 부활절에 텅빈 교회에서 많은 성악가들이 성가를 불렀고 그들의 음악은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울먹이게 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뉴욕과 전세계가 텅빈 거리, 닫혀진 상점들, 정지된 화면의 공항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의 현장들이 다 닫힌 상황을 우리는 긴 시간 경험했다. 두려움의 시간을 헤치고 우리는 또다시 일어나 살아내야 한다. 성프란체스코의 기도문처럼 살아있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엔 최선을 다하며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의 불씨가 되어보려 해야 함을.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보첼리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자로서의 자세로 살아내야 한다. 감사함과 지혜로움으로…. 박영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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