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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과학데이 단상(斷想)

2020-04-28기사 편집 2020-04-28 0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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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T.S. Eliot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4월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끝이 안 보이던 어려움도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안정화되고 있고, 우리 정치를 이끌어갈 국회의원들도 새로 선출하였으니 이제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봄직 하다. 또한 4월은 우리 미래를 밝혀줄 또 다른 열쇠인 과학기술의 달로서 바로 지난 4월 21일이 '과학의 날'이었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국민적으로 인식시키고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 1967년 4월 21일에 설립된 과학기술처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탄생 1주년을 기념해 1968년 4월 21일 부터 개최된 것으로 올해로 53회를 맞았다.

본래 과학의 날의 유래는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명학회' 설립과 '과학조선' 창간을 주도한 김용관 선생을 중심으로 과학자와 민족주의 인사들이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자, 1934년에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하여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대적인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한데서 비롯하였다.

당시 인류 사상에 큰 변화를 준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기일인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했는데, 적자생존론을 바탕으로 조선이 식민화 된 이유는 국력이 약해서이고, 국력의 근원으로 과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비록 한국인이 아닌 외국 과학자의 기일로 삼긴 했으나 그 사상의 깊은 뜻에 비하면 지금의 과학의 날 설립 배경은 아쉬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김용관 선생이 타계하신 1967년에 과학기술처가 탄생한 것은 역사의 묘한 우연인지 모르겠다.

4월 19일에 개최된 과학데이 기념식에는 8백여 명이 참석하였고, 1주일 이상 계속 진행된 강연회, 견학 및 활동사진 관람 행사에는 수천 명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과학지식보급회'가 결성되고 1935년에 서울, 평양, 선천, 원산, 개성, 진남포, 김천 등 지방도시에서도 성대하게 거행되어 전국적인 민족운동 성격의 행사로 성장하였다.

항공기를 주제로 한 1회 과학데이 포스터, 그리고 1935년에 발표된 김억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과학의 노래' 1절 가사 '새 못되야 저 하늘 날지 못하노라, 그 옛날의 우리는 탄식했으나, 프로페라 요란히 도는 오늘날, 우리들은 마음대로 하늘을 나네. 과학 과학 네 힘의 높고 큼이여, 간 데마다 진리를 캐고야 마네'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기가 당시 첨단과학기술의 상징이었다는 점은 항공인들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속되던 과학데이는 아쉽게도 김용관 선생이 투옥면서 1938년 5회 대회를 끝으로 명맥이 끊어지게 된다. 해방 후 산업화의 과정에서 과학의 날이 부활하고 과학데이의 정신이 과학입국,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연계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끈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IT 분야 등이 모두 과학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또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서 의학, 진단키트 등 과학기술이 우리의 안위와 국가 위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만큼 이제 우리 삶에서 과학기술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여 년 전 과학계 선현들이 이루고자 하였던 과학대중운동이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과학기술인은 국가 미래를 책임지는 혁신가라고 하며 그들에게 사명감과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과학기술인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민 모두가 우리의 밝은 미래를 책임지고 보장할 과학기술을 고맙고 귀하게 여기며 애정을 갖고 건강하게 잘 키워나가야 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굳이 과학의 날로 따로 기념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이루어진 미래를 꿈꿔본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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