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빵집은 드물었다. 지금이야 패스트리에서부터 파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모든 빵 맛을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서구식 식생활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동네에 하나뿐인 빵집은 아이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아침마다 고소하게 골목골목 퍼져나가는 빵 굽는 냄새는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쇼윈도에 들러붙어 안쪽에 진열된 소보로빵과 크림빵, 단팥빵을 보며 군침 흘리는 꼬마들을 보는 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오븐에서 식빵을 꺼내는 제빵사의 모습은 근사하기까지 했다.

빵의 매력은 맛도 맛이지만 편리하다는 점이다. 일단 분쇄된 가루로 만들어 내기에 덜 씹어도 된다. 식탁을 차릴 필요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 있고 젓가락과 같은 도구도 필요없다. 밀가루는 탄수화물이 92%에 달하는 고탄수화물 음식이라 에너지화하는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편리함은 늘 대가를 요구한다. 빵은 당지수가 높은 만큼 지방으로 축적되는 에너지가 많고 공복감도 빨리 와 필요 에너지 이상으로 과잉 섭취하게 된다. 결국 체내 지방이 쌓여 비만이나 지방간 등을 유발하게 된다. 글루텐 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빵의 식감을 폭신하거나 쫄깃하게 하는 글루텐은 장내에서 에소루핀으로 변한다. 이 성분이 중독성을 가져 밀가루 음식을 더 먹도록 뇌를 유혹한다.

일회용품이나 화석연료 사용 등도 넓게 보면 편리함에서 비롯됐다. 대가는 환경오염과 기후온난화로 치러야 한다.

현대사회 시스템은 과거보다 분업화와 전문화가 고도화돼 효율성이 높다. 밀을 수확하고 빻아서 가루로 만들고 이를 반죽하고 오븐에 굽는 일련의 과정들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수행한다.

가정생활 역시 분업화된 부분이 많다. 의(衣)는 말할 것도 없고 식(食)도 다른 이 손에 맡기는 일이 많다. 육아와 교육도 외주화됐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자 인류발전의 원동력이다. 귀차니즘이 혁신을 만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다만 빵으로 가는 손을 멈추듯이 무한정한 편리 욕구를 절제할 필요는 있다.

일부러 요리를 한다던가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가는 등 일상생활에서 좀더 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불편함을 감내한다면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면역력도 강해질 것이다.

이용민 세종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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