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우리의 성공적인 방역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이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와 경제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 부문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응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교의 정상적인 학사 일정 운영과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개학 연기를 통해 학생의 안전을 도모하려고 했으며 4월 9일 이후에는 전면적인 대면 수업 시행보다는 중·고교 3학년부터 차례로 학사 일정을 시작하는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기로 했다. 집단 감염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처로 보이나 이는 단기적 실행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며 개학한 싱가포르도 발열 검사, 거리 두기, 잦은 소독 등을 통해 안전을 자신했으나 결국 지난 4일 다시 한 달간 휴교하기로 했다. 이렇게 치료법과 백신이 없는 전염병 창궐기에는 온라인 학습을 비롯한 중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일단 자율형 콘텐츠(EBS, e학습터) 등을 활용한 자기 주도형 학습 여건을 마련하고 이후에 교사 관리형 온라인 학습을 추진할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학습의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한 방향의 교수 학습 방식은 그 효율이 매우 떨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자기 주도 학습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미디어를 통한 강의는 주의력 저하를 불러오기 쉽다. 뇌 과학에서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경험은 뇌가 디스플레이와 소리 정보를 통해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실제 경험보다 기억력과 인지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이 코로나 사태 위기를 기회 삼아 교육에 대한 틀을 바꾸는 새로운 발상의 수업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교육의 시작은 사실 가족이다. 학교나 학원에 아이들의 모든 교육을 전가하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교육에 대한 가족의 참여 기회를 마련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모들의 숙제가 돼버린 현재의 수행평가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과제를 통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 있다. 상황이 다른 가족 구성에 맞게 학생 자신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관심 있는 주제를 준비하고 이를 가족과 함께 수행하도록 독려한다. 게임이나 음악, 간식 등 사소한 관심부터 시작해서 좀 더 깊은 내용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대한 과제의 조정, 필요한 설비·인프라 지원, 적절한 피드백과 학생간 공유는 교사가 교육 주체가 아닌 동료 학습자로서 지원한다. 그러므로 온라인 수업과 학교의 공간은 수준별 맞춤 학습, 완전한 능동적 수업 참여,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장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 시설은 온종일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요구가 있을 때 특화된 공간에 소그룹 단위로 개방해 좀 더 심화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굳이 똑같은 교실 공간에 모든 학생이 같은 시간에 모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미래 학교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가변적이면서 접근이 쉽고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되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온라인 미디어 수업과 그에 따른 학교 공간이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한다`는 토플러의 비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